개옻나무 Rhus trichocarpa Miq.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옻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7m까지 자란다.
잎은 새깃모양으로 9~17개의 작은잎이 달리며 잎줄기가 붉은색이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줄기 끝에서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옻나무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토끼 덫을 만들려고
산에 가서 나무를 자른 것이 화근이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라 그것이 옻나무인줄 모르고
위를 쳐다보면서 톱질을 할 때 톱밥이 얼굴에 쏟아졌던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얼굴이 가렵고 붉게 변하면서 열이 나고 부어서 찐빵처럼 부풀었다.
이어서 좁쌀 같은 돌기가 돋아나고 이삼 일이 지나니까 진물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처방대로 쌀뜨물이나 계란을 풀어 얼굴에 발라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아주 옻이 제대로 걸린 것이었다. 그 때문에 나의 알량한 자존심도 구겨졌다.
한번도 옻이 오른 적이 없던 나는 옻을 타지 않는다고 은근히 뻐기던 터였고
또래 아이들이 어쩌다 옻이 올랐을 때 놀려대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옻이 오르는 건 옻나무의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이 일으키는 일종의 알러지(allergie)다.
그때 두메산골에서는 자동차도 없고 병원이나 약국이 멀어서 고생을 했지만
요즘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연고를 바르면 금방 낫는다.
두 달 가까이 고생한 끝에 중학교 입학식을 할 때까지는 그런대로 회복되었다.
살아오면서 그 이후로 몇 번 더 옻이 올랐던 걸 보면 옻은 면역도 안 되는 듯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때 내가 혼이 났던 나무는 개옻나무였다.
옻나무는 중국에서 들여와 재배하는 나무로 떨기나무에 가까운 개옻나무와는 달리
20m 정도까지 자라는 큰키나무고 잎줄기에 붉은색이 돌지 않는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산에서 자라는 옻나무는 모두 개옻나무로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말로 ‘칠하다’는 동사는 옻을 뜻하는 한자어 칠(漆)에서 유래한 말일 것이다.
옻은 삼국시대로부터 가구나 그릇, 귀한 물건에 바르던 보편적인 도료였다.
‘칠흑같이 어둡다’는 말도 검은 색을 내는 옻 漆에서 유래한 표현일 것이다.
옻나무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칠흑 같은 깜장 교복을 입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6년이나 입었으니 그 깜장 옷과 깜장 옻의 인연이 묘하게 되었다.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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