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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서

모감주나무   Koelreuteria paniculata Laxmann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갈잎떨기나무로 3~6m 정도 자란다.

6~7월에 새가지 끝에서 길이 30~40cm의 꽃차례로 꽃이 핀다.

풍선모양의 열매 속에 지름7mm 정도의 까만 씨앗이 들어있다.

 

 

 

 

신록의 계절에 피는 나무 꽃들은 열에 아홉이 흰색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곤충들에게도 녹색 잎에는 흰 꽃이 눈에 잘 띄는 모양이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에 모감주나무는 노란색 꽃을 피운다.

이 나무는 이제 벌들도 흰색 꽃에 식상할 때가 된 걸 눈치 챈 듯하다.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는 밝은 분홍색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다른 꽃나무들도 짙어진 녹음에 걸맞은 제 각각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모감주 꽃이 절정일 때는 신라시대의 찬란한 금관처럼 보이고

꽃이 질 때는 황금비가 내리는 듯해서 영어로는 골든레인트리라고 한다.

Goldenrain tree,우리말로 옮기면 금비나무가 되니 참 예쁜 이름이다.

그렇게 찬란하고 풍성한 꽃을 피우므로 나무말이 번영이 되었지 싶다.

 

2018년에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기념으로 숙소 뜰에 모감주나무를 심으면서

그 나무의 의미대로 남북이 함께 번영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번영은 나무말이고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또는 기다림이라고 한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 중에서 모감주나무를 골라 심은 의미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주로 황해도 이남에 자생하는 나무라고 하는데 그 북방한계 이북에 심어서

지난 70여 년 동안 늘 불안했던 남북관계처럼 이 나무의 안위도 염려된다.

 

(국내 최고령 모감주나무. 수령 330년 추정. 경북 안동시 송천동)

평생 나무를 연구해온 박상진 박사는 옛날부터 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을

같은 과의 이와 비슷한 무환자나무와 구별하지 않고 써왔고,

무환자를 목감주로도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무의 세계1. 김영사)

무환자無患子는 씨앗이 악귀를 물리쳐서 우환이 없다는 의미이고,

목감주木紺珠는 씨앗이 자홍색 구슬처럼 생겼다는 뜻의 이름이다.

 

두 나무 모두 단단한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이 씨앗의 다른 이름 금강자金剛子는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에 비유하여,

도를 깨우쳐 지덕이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트릴 수 있다는 열매라는 의미다.

 

모감주나무는 일 년의 중간쯤인 하지夏至를 전후해서 꽃이 핀다.

봄에 꽃을 피우는 여느 나무들처럼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개화를 준비했고

나머지 반년은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결실을 다져 갈 것이다.

깨달음의 최고 경지인 금강은 입에 올리기조차 외람된 부처님 말씀이고,

모감주 그늘 아래서 잠시 쉬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남은 반 년, 그리고 남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해본다.

 

 

2020.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