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에서 꼭 만나야 할 꽃이 있어서 카페리에 몸을 실었다.
한라산이 멀어져 간다.
목요일(5월 16일)이라 배가 한가하다. 15사람 쯤 누울 수 있는 선실이 텅 비었다.
나와 술 친구 둘이 동행했다.
완도항에서는 보길도로 가는 배가 없고, 10km쯤 서쪽으로 이동해서 화홍포항에서 보길도 행 배를 타야한다.
한 시간 마다 있는 배가 5분 전에 떠났다. 5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생기자, 술친구는 얼씨구나하고 포구에서 횟감을 고른다.
40분 만에 막걸리에 감성돔 한 마리 뚝딱 해치웠다.
보길도의 동쪽 끝 '송시열 글씐바위'가 이번 여행의 목표다.
제주도 귀양길에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머물며, 임금의 옛정을 그리워하는 시를 절벽에 남겼다.
이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다정큼나무를 보러왔으나....
아뿔싸! 이제 겨우 꽃망울이 맺혔다. 제주에는 벌써 시들고 있는데...
돈나무가 한창이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보길도에 초행인 친구가 있어서 세연정에 들렀다. (2월에 찍은 사진)
이번에는 윤선도가 신선놀음하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이 정자는 무성의하게 복원한 것이라... 별로 깊은 느낌이 없었다.
지난 2월에 만났던 270살 된 황칠나무 다시 한 번 보고....
역시 아무리 용을 써도 폼나는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보길도 남단, 보옥리에 있는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조촐하나 대단한 집이다. 최불암씨의 싸인도 받아 놓았으니...
유명 일간지의 고참 기자는 이 집의 밥상을 '내 인생의 밥상'이라고 극찬했다.
이래 저래 매스컴을 타서 손님이 몰려들자 영업을 몇 년 중단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손님을 받아 무성의하게 상을 차릴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튿날 이른 아침에 먼저 일어난 친구가 산에 올랐다가 뛰어 내려왔다.
다정큼나무 꽃이 피었다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송시열의 글씨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림은 더 좋은 곳이었다.
오른쪽 봉오리가 해발 180미터 쯤 되는 '뾰족산'이다.
유식한 사람들이 한자로 '보족산'으로 명명한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겨우 한 그루 제대로 피어서 아쉽기는 했으나... 감지덕지 할 일이다.
이건 무슨 나무인지 알아봐야겠다.
보길도에 오면 꼭 들리는 곳 정자리 고택
마침 주인이 있어서 후원까지 둘러보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흰색 붓꽃도 있었네...
이 고택의 전정, 중정, 후정은 작은 식물원이다.
세 개의 정원 중에서 후원이 가장 넓다. 몇 백 년 묵은 은행나무도 있고... 잔디는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지난 2월에 찍은 전정의 나한송이다. 도무지 그림이 되지 않아 고심했는데....
고맙게도 이 집 맏사위가 옆뜰을 안내해주는 바람에 또 다른 나한송을 만날 수 있었다. 이건 제법 그림이 된다.
열매가 나한처럼 생겨서 나한 송이다. 이 사진은 어느 꽃 벗이 지난 12월에 찍어서 보내 준 것이다.
정자리 고택 나한송에 열매가 맺히면 꼭 와서 찍을 생각이다.
배를 타고.... 완도로 나왔다.
제주로 가는 배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어시장에 들렀다.
오후 두시 쯤 경매가 한창이었다. 보통 어시장 경매는 새벽에 한다는데...
이곳은 수많은 작은 섬들에서 수산물이 완도항으로 집결하는 시간 때문인지 오후에 경매가 열렸다.
빨간 모자 쓴 사람이 높은 곳에서 써 낸 가격을 보고, 제일 높은 가격을 쓴 곤색모자 번호를 기록한다.
경매는 물흐르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나와 술 친구는 어시장 한 귀퉁이에서 자연산 광어2kg과 갑오징어 두 마리를 3만원에 샀다.
횟집에서 아마 15만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제주로 가는 배가 떠날 때까지... 터미널 앞 광장에서 단촐하나 고급스러운 회를 원없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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