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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조물주의 세공 동백나무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단향과

Korthalsella japonica (Thunb.) Engl.

 

남해안 지역과 제주도의 동백나무와 감탕나무 같은 늘푸른나무에 기생한다.

20cm정도 자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돌기모양으로 퇴화되었다.

7~8월에 마디 사이에서 작은 꽃이 모여 달리고, 전 해의 열매도 달려있다.

    



 

 

동백나무겨우살이는 이름처럼 동백나무에만 붙어 사는 식물은 아니다.

감탕나무나 모새나무 같은 여러 종의 늘푸른나무에 주로 기생하지만

 드물게 낙엽 지는 나무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식물은 선인장을 아주 작게 축소한 모양으로 자란다.

마디와 마디 사이에 퇴화된 잎과 꽃이 돌려나는데

그것들이 눈곱보다 작아서 맨눈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확대경을 들고 여러 개체를 살핀 끝에 꽃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공들여서 사진을 찍어 와서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서야 비로소 꽃의 모양을 보았다.

 한마디로 내가 식물을 관찰하면서 본 가장 작은 꽃이었다.

 지름이 0.5mm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이므로 자로 재어볼 수도 없었다.

그것은 조물주의 솜씨라고 치더라도 놀랄만한 세공이었다.



이 꽃을 보면서 언젠가 대만의 고궁박물관에서 보았던 청나라의 공예품이 떠올랐다.

조감람핵주雕橄欖核舟라는 이 전시품의 제목은 감람나무 씨로 조각한 배라는 뜻이다.

내가 평생 본 것 중에서 가장 놀라왔고 기억에 남는 이 조각은

 그 박물관이 소장한 60만 점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보물이다.

중지 첫째 마디 크기의 감람나무 씨앗으로 지붕 덮인 배 안에 여덟 사람을 조각했다.

사람의 크기는 쌀알만 한데 그 얼굴들이 나이와 신분까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조감람핵주, 대만 고궁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우 상단 사각형내의 사진이 실물 크기에 가깝다.)


소동파와 그의 친구 다섯이 배안에서 차를 나누고 있고,

뱃머리에는 동자가 차를 끓이고 후미에는 사공이 노를 젓고 있다.

배의 출입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고 하며, 아몬드 씨앗 크기의 배의 밑바닥에는

소동파의 후적벽부 357자가 새겨져 있다고 하니 눈앞에 두고서도 믿을 수 없는 솜씨였다.


그런데 동백나무겨우살이의 마디에 올망졸망 붙은 꽃과 열매는

이 공예품의 세밀함보다 훨씬 정교하다.

 조감람핵주는 큰 확대경으로 어느 정도 감상할 수 있지만

이 식물의 꽃은 현미경의 도움을 받아야 그 얼개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송받는 세기적 장인의 솜씨도

조물주의 세공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한다.


2019.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