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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유유자적하는 낭아초



 

















 

낭아초

Indigofera pseudotinctoria Matsum.

 

콩과의 갈잎떨기나무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바다 가까운 곳에 자란다.

줄기가 땅을 기며 6월 하순에 반 뼘에 못 미치는 꽃차례가 곧게 선다.

 

    




 

어느 날 남쪽 바닷가를 거닐다가 낭아초와 참나리가 하는 대화를 들었다.

참나리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낭아초야 이름이 늑대 이빨이라니 안됐구나.

 나는 사람들이 나으리라고 부르는데...’ 하며 으스댔다.


참나리보다 한참 덩치가 작은 낭아초가 말했다.

늑대의 이빨은 사람의 관념일 뿐이고 나는 그냥 나야.

늑대는 이 땅에 사라져 사람들이 보지도 못하고 그저 생각 없이 부르는 허상이지.

 네가 나리거나 나으리거나 그 역시 사람들이 실체도 모르는 막연한 개념이잖아




낭아초의 태연함에 머쓱해진 참나리는 이번에는 모양새로 트집을 잡았다.

쬐끄만 몸이 바로 서지도 못해서 겨우 바위를 기면서 사는구나.

적어도 나 정도의 덩치는 갖추어야 행세할 수 있지 않겠냐?’


나는 너럭바위에 편히 누워 이렇게 유유자적하는 삶이 좋아.

너는 세찬 바닷바람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겨운 때가 많지 않았니?

내가 작은 건 너의 생각이고, 너는 저 뒤에 사는 곰솔 덩치의 만분의 일에 불과하잖아.

세간의 평가에 연연하거나 남과 비교하며 사는 건 스스로 불행해지는 길이야.’



심기가 슬슬 뒤틀어진 참나리가 말했다.

'나에게는 호랑나비나 제비나비 같은 멋진 친구들이 찾아와 놀다 가지.

그런데 자잘한 너의 꽃을 그런 멋진 친구들이 거들떠 보기나 할까?'

'응, 나는 꿀벌들이 찾아와 내게서 맛있는 꿀을 얻어가지.

여름 내내 그 친구들에게 꿀을 주면서 나 역시 행복해.

나에게 예쁜 나비는 필요 없어.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며

나 스스로의 주인으로써 느끼는 행복감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장자의 도를 깨우치기라도 한 듯한 낭아초의 여유로움에

그렇지 않아도 붉은 참나리의 꽃이 더욱 붉어졌다.

 

2018. 11. 17.






  

큰낭아초

Indigofera bungeana Walf.

 

잎과 꽃이 낭아초와 비슷하나 줄기가 곧추서거나 비스듬하게 1~2m정도 자란다.

중국 원산으로 절개지 녹화용으로 도입되어 전국의 도로변을 중심으로 퍼져있다.

6~8월에 낭아초보다 긴 총상꽃차례로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