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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남의 나라 된장풀



 


















 

된장풀 콩과

Desmodium caudatum (Thunb.) DC.

갈잎떨기나무 / 직립 / 어긋나기 / 제주식물

 

콩과의 갈잎떨기나무로 제주도의 산길이나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높이 1m 정도 자라고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나온다.

8~9월에 꽃부리의 길이 5mm정도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핀다.





 

된장풀은 일본에서 된장을 담글 때 넣었던 작은 나무다.

일본 이름은 미소나오시ミソナオシ인데, 우리말로 하자면 된장재생정도가 되고,

된장이 상했을 때 이 풀의 잎줄기를 넣어 된장의 맛을 살린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식물의 다른 일본 이름인 우지쿠사蛆草ウジクサ는 우리말로 구더기풀이고,

된장풀이 살충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잎줄기를 넣으면 구더기가 죽는다고 한다.



이 식물은 일본,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지에 분포하며 제주도가 그 북방한계이다.

제주도에서도 과거에 이걸 넣어서 일본식으로 된장을 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집집마다 이 잎줄기로 장을 담글 수 있을 만큼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지 않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고 왕래도 많은 지역이어서

일본식으로 된장을 담갔던 집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된장을 담글 때 전통적으로 숯과 마른 고추를 띄웠다.

숯은 불순물을 걸러내고 고추는 잡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으리라고 보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던 옛날에는 주술적 의미가 더 강했던 듯하다.

된장독에 숯과 고추를 엮은 새끼줄로 동여매었던 풍속을 보아도 그러하고,

아이를 낳은 집에 숯과 고추를 엮어 금줄을 쳤던 풍속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된장풀의 열매 꼬투리)


아무튼 된장풀은 일본의 전통 된장에 넣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임은 분명하다.

된장풀은 주로 일본과 동남아의 온난대에 분포하고 제주도는 변방이 되다보니

우리나라에는 그와 관련된 문화가 별로 없어서 남의 이름을 그대로 쓰게 된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된장이 아닌 일본 된장에 넣는 풀을 된장풀로 부르면

자칫 일제강점기 때 허울좋은 구호인 내선일체內鮮一體의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내선일체'는 일본과 조선이 한 몸이 되어 조선인도 동등한 황국신민이라고 선전했지만,

조선 청년을 일본의 침략전쟁에 끌어내려는 속셈을 포장한 사탕발림이었다.

1942년에 이름을 붙일 때는 소위 내선일체여서 어쩔 수 없이 된장풀이 되었더라도

지금은 남의 나라 된장이므로 일본된장풀로 불러야 마땅하다.

 

2018.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