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정겨운 이름 가막살나무


 

 


















 

가막살나무           산분꽃나무과

Viburnum dilatatum Thunb.

 

일본, 중국 남부 및 한반도의 남부지방의 산지에서 2~3m높이로 자란다.

잎은 마주나며 넓은 달걀모양이고 양면에 털이 있으며 얕은 톱니가 있다.

5~6월에 지름 5mm정도의 작은 꽃들이 우산모양의 취산꽃차례로 핀다.

    



 

 

가막살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의 산에서 볼 수 있는 키 작은 나무다.

이 나무가 가막살나무가 된 유래는 항간에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줄기가 검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인데 실제로는 그리 검지 않다.

다른 한 가지는 빨갛게 익는 열매가 까마귀가 좋아하는 쌀이라는 유래설이다.

열매 유래설 보다는 하얗고 자잘한 꽃차례가 더욱 쌀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 전에 발간된 책들을 보면 이 까마귀 쌀어원설은 꽤 설득력이 있다.

1950년 이전에 식물 이름을 수록한 문헌들에는 대부분 까마귀가 가마귀로 씌어있다.

이를테면 가마귀머루, 가마귀밥나무, 가마귀베개, 가마귀쪽나무 등이다.

 그리고 1980대 이후에 발간된 책에는 대부분 까마귀로 바뀌어서 나타난다.


가막살나무는 근대의 문헌으로는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

처음 수록되기는 했어도 아주 오래 전부터 불리어 온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나무가 주로 우리나라 남쪽에 분포하므로

쌀을 이라고 발음하는 경상도 지방에서 쓰던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930~40년대에 발간된 책에 나오는 가마귀와 관련된 식물이름을 보면

옛사람들의 가마귀 사랑은 유별나기까지 하다.

가마귀에게 머루, 마늘, , 베개, , 무릇 등 별별 것을 다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가마귀는 과연 무엇이었기에 밥이며 베개며 갖가지 선물을 했을까?


가마귀는 우리나라의 전통윤리인 효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바로 반포의 효,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주인공이 가마귀다.

가마귀 새끼는 태어나서 60일 동안 어미와 아비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고 자라는데,

이 부모가 늙으면 장성한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말이 반포지효다.

게다가 견우직녀의 애틋한 전설에서도 가막가치가 한 줄로 늘어서서

오작교를 만들었다는 기특한 동물이기도 하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로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하고 핀잔을 주는데

이는 까먹다라는 속어와 까마귀라는 이름씨의 발음 때문에 나온 말인 듯하다.

새끼 때 어미에게 받은 사랑을 잊지 않는 가마귀가 그렇게 기억력이 나쁠 리가 없다.

 이런 속담은 아마 가마귀가 까마귀가 된 이후에 나온 말이지 싶다.


가막살나무의 이름에는 오작교를 만들었고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는

기특한 가마귀의 이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게다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까지 버무려져서 여간 정겨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2019.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