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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나무답지 않은 나무 잔디갈고리



 

 
















잔디갈고리

Desmodium heterocarpon (L.) DC.

      

콩과의 갈잎떨기나무로 아열대지방과 서귀포 부근의 풀밭에서 자란다.

땅을 기면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사방 1m 정도까지 퍼진다.

9월 초순에 지름 5mm정도의 자잘한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글이라고는 써 본 일이 없는 내가 주변의 권유로 어설픈 책을 내게 되었다.

책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선배 한 분으로부터 놀랄만한 전화를 받았다.

명예가 소중한 사람이 기성 작가의 글을 베껴서야 되겠느냐는 점잖은 충고였다.

그분이 사는 곳의 지방신문에 내 책에 나온 글과 같은 칼럼이 게재되었는데,

글쓴이는 문인협회 회원이고 무슨 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라고 했다.


전화를 건 선배는 작가가 아마추어의 글을 베끼는 행위는 상상도 못하는 눈치였다.

개인적 경험과 사유로 쓴 나의 글은 우연이라도 어느 한 문장도 비슷할 수가 없는데,

같은 글이 다른 어느 지방지에 실렸다면 그가 베낀 것이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의협심이 남다른 선배는 그 작가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물어서 표절 자백을 받아 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작가 같지 않은 작가가 있듯이 나무 같지 않은 나무도 있다.

사전에서는 나무를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여러해살이 식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도무지 나무로 보이지 않는 식물도 나무로 분류될 수가 있고,

사전적 뜻풀이와 현실적인 인식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한라산 남쪽 기슭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잔디갈고리가 바로 나무 같지 않은 나무다.

뿌리가 여러 해 살아 있고 줄기가 딱딱한 목질이어서 사전적으로는 분명 나무인데,

묵은 줄기는 말라 죽고 해마다 새로운 줄기를 내어 풀처럼 자라다가 겨울에 사라지므로

 작은 풀보다도 덩치를 키우지 못하는 이 식물이 도무지 나무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잔디갈고리의 열매꼬투리에 갈고리가 붙어있는 모습)


잔디갈고리는 잔디밭에서 흔히 자라며 열매 꼬투리에 갈고리가 있다는 이름으로,

 같은 콩과 식물인 도둑놈의갈고리와 꽃과 열매꼬투리 모양이 꽤 닮은 편이다.

전혀 나무답지도 않은 식물이 하필이면 도둑놈과도 많이 닮은지라

몇 년 전의 나의 글 도둑님이 자꾸 떠오르는 모양이다.

 

2018.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