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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빙하기의 화석 돌매화나무



 














암매 / 돌매화나무

Diapensia lapponica var. obovata F.Schmidt

 

국내에서는 한라산 정상부의 암벽에만 자생하는 암매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줄기를 옆으로 뻗으며 반뼘 높이로 자라며 잎가장자리는 뒤로 약간 말린다.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 사이에 지름 1cm정도의 꽃이 핀다.

    


 

 

암매는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정상부에만 자라는 멸종위기 1급 식물이다.

그곳은 관할기관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생물권보전지역이어서,

취미로 들꽃을 즐겨 찾는 이들이 암매를 알현하기란 언감생심이다. 

암매는 그것을 보았다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었냐고 물으면

그저 암암리에...’라고 말꼬리가 애매해 질 수밖에 없는 암담한 이름 같다


  

암매는 주로 알래스카와 캄차카반도, 일본 북해도처럼 한랭한 지역에 분포한다.

백두산에서도 볼 수 없는 북방계식물이 한라산에 자생하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한라산 정상부의 바위벽은 겨울에 영하 2030도의 칼바람을 맞는 곳이고,

일 년에 넉달쯤은 두터운 눈과 얼음 속에 냉동이 되어있는 곳이다.

이런 극한지에서 사철 푸른 잎에 예쁜 꽃을 피워내는 암매는 실로 기적적인 존재다

 

아무리 오매불망하는 암매라도 굳이 어둠의 경로를 따라 그 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우리나라 땅에 자라는 것이 아니라도 일본이나 캄차카에서 원 없이 보고 싶어서

여행일정을 계획하던 중에 뜻밖의 인연으로 구차하지 않게 암매를 만날 수 있었다.

빙하기의 잔설처럼 남은 꽃, 그러나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있는 화석이었다

 


암매는 백록담을 둘러싼 화구벽에 자라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피는 꽃이다.

 정상부를 두를 만큼 군락이 풍성하다면 한라여신의 화관이라는 찬사라도 바치겠지만,

두어 군데 작은 군락만 드물게 남아있으니 한라여신의 머리핀이라고나 해야겠다.


그런데 국명으로 정한 암매라는 한자 이름은 아무래도 좋게 들리지 않는다.

일본 이름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암매장, 암환자, 암담... 등등

 자가 들어간 낱말들이 좋은 소식으로 들려오는 뉴스가 거의 없고,

 ‘자 역시 치매, 무지몽매, 매도 등 부정적인 어휘에 많이 등장한다.

한자말이 귀에 선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돌매화나무로 부르면 좋지 않겠는가.

 

2018.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