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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만년콩의 수난이야기

 

 















만년콩 콩과

Euchresta japonica Hook. f. Regel

 

늘푸른떨기나무로 무릎높이 정도 자라며, 멸종위기 1급 식물이다.

6월 중순에 길이 1cm 정도의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검게 익는다.

중국과 일본 남부지방에 분포하며, 돈내코에 소수 개체가 자생한다.

    



 

 

멸종위기식물 1급인 만년콩을 보고 싶어서 산림청 산하의 한 연구소를 찾아갔다.

무작정 숲으로 찾아 나서기 전에 그 생김새라도 제대로 익혀두고 싶어서 였다. 

관계자를 만나 부탁을 했더니, 일본 종자를 들여와서 여남은 포기 길렀었는데

2년 전 한파로 다 얼어 죽었다며, 토종보다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개인이 재배한 만년콩)

그 후에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서 몇몇 사람이 화분에서 기르는 것과

수목원의 온실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었고 길러본 경험담도 들어보았다.

애호가들은 종자로 번식이 쉬워서 여러 포기 키워 분양도 해 줬다는데,

월급 받는 사람들이 기르는 것들은 얼어 죽거나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제 것과 제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애착이 그런 결과로 나타났지 싶다

 

만년콩은 1970년에 서귀포 북쪽의 돈내코 계곡에서 김이만씨가 처음 발견하였다.

만년콩의 은 김이만씨의 이름 끝 자를 취한 것이고, ‘은 연중 푸른 나무를 뜻한다.

은 물론 콩과 식물이기 때문이지만 이 콩은 콩깍지가 없이 달리는 특별함이 있다.


(만년콩 자생지의 환경)

앞서 언급하였듯이 만년콩은 추위에 약한 식물임이 분명하다.

겨울에는 반드시 온실에서 관리해야하는 이 식물이 자생하는 곳은 어떤 곳일까?

운 좋게도 자생하는 것을 찾았다는 꽃벗의 도움으로 오매불망 만년콩을 만났다.

겨우 잎 두 장을 낸 어린 개체였지만 자생지에서 자라는 모습을 본 걸로 흡족했다.

만년콩이 자라는 환경은 난대림이 우거진 깊은 계곡이어서 사철 그늘이 짙고

습기가 풍부하며 한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그런데 토박이 식물애호가에게 야생의 만년콩을 봤다고 자랑질을 했다가

적잖이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과거 수차례 뜻있는 단체나 기관에서 묘목을 증식하여 자생지 복원사업을 하면,

소위 들이 생쥐처럼 들어가 새싹까지 귀신같이 캐 갔다는 것이다.

내가 본 것은 아마도 꾼들이 실수로 놓친 행운이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가을에 익은 열매)

나라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철책을 두르고 거액의 벌금을 매겨 엄포를 놓아도

귀신같은 감각과 경험으로 무장한 꾼들의 도채를 막지 못하는 것이다.

만년콩뿐만 아니라 한란, 죽백란, 비자란, 금자란, 풍란, 나도풍란 등의

멸종위기 1급 식물들도 그러한 수난을 겪으며 인위적으로 복원되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원했다는 희귀식물들이 과연 토종일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2018.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