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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하얀 눈속의 동화 겨울딸기




















 

겨울딸기

Rubus buergeri Miq.

 

제주도와 흑산도, 가거도 등의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장미과의 늘푸른덩굴식물.

줄기가 땅을 기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에 거친털이 많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4~10개의 꽃이 모여 피고, 열매는 11월 하순에 익는다.

    


 

 

겨울딸기하면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가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옛날에 어떤 효녀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병든 어미가 딸기를 먹고 싶어 했다.

흰 눈이 산과 들을 뒤덮은 한겨울에 딸기가 있을 리 없었으나 효심이 지극한 딸은

어머니에게 딸기를 먹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깊은 산속을 종일 헤매었다.

이 때 큰 호랑이가 나타나 효녀를 태우고 딸기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산신령이 효녀의 효심에 감복해서 호랑이로 변신해서 나타났던 것이다.  



서양의 동화에서도 겨울에 딸기를 찾아다니는 대목이 있었던 듯도 하지만,

 겨울에 딸기를 찾는 동화나 전설은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제주도에는 겨울에도 숲 언저리를 살펴보면 흔히 딸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딸기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봄에 꽃이 피어 가을에 열매가 익는 종인데,

 제주도에서는 여름에 꽃이 피어 겨울에 익어서 겨울딸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제주도의 겨울 숲은 늘푸른잎의 나무가 많아서 겨울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런 숲에서는 계절의 감각이 무디어져서 빨갛게 익은 딸기를 만나도 덤덤하다.

그러므로 동화속의 겨울 딸기 맛을 보려면 눈 오는 날을 기다려 숲에 들어야 한다.


 눈 속의 빨간 딸기를 만나는 기쁨은 효녀의 그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꽤 운이 좋아야 한다.

겨울딸기는 산새나 숲의 동물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그리 오래 열매를 달고 있지 않아서,

열흘 남짓한 기간 중에 반 뼘 정도는 눈이 한 번 와줘야 동화속의 겨울딸기를 보게 된다


(여름에 피는 겨울딸기의 꽃)

 

아무 때나 딸기를 사 먹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동화가 재미있을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효자 효녀라는 말도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겨울의 딸기는 일상이 되고 효도라는 말은 골동품이 된 이 시대에

켸켸묵은 옛날 얘기만 주억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조심스럽다.

 

 

2018.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