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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덩굴과 아주 작은 나무

붉은겨우살이 열매 단상





 















겨우살이     

Viscum coloratum (Kom.) Nakai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에 반기생하는 단향과의 늘푸른떨기나무.

까치집 모양으로 자라며 낙엽이 지고 난 겨울에 눈에 잘 띈다.

암수딴그루로, 3~4월에 가지 끝에 지름 2~3mm의 노란 꽃이 핀다.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겨우살이는 겨울에만 겨우 살고 가는 식물인가 했다. 

알고 보니 참나무처럼 큰 나무들의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낙엽이 다 떨어진 겨울에 새로 생긴 나무처럼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노랗고 붉은 열매에 흰 눈이라도 내려앉으면 더욱 멋들어진 풍경화가 된다.



요즘은 여러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겨우살이의 번식방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겨우살이는 새들의 눈에 잘 띄는 먹음직한 열매를 만들고 그 속에는 소화가 되지 않는

끈적끈적한 천연 본드를 넣어 새들의 배설물을 통해 본드로 코팅된 씨앗을 다른 나무에 옮긴다.

그리고 새들이 부리에 묻은 귀찮은 본드를 나뭇가지에 비빌 때에도 씨앗이 옮겨진다.


겨우살이 중에서 유난히 붉은 열매를 맺는 개체는 붉은겨우살이라고도 부른다.

겨우살이거나 붉은겨우살이거나 열매를 맺는 식물이므로 당연히 꽃을 피운다.

까치집처럼 높은 곳에서 사는 겨우살이의 꽃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니,

새들의 배설을 통해 씨앗이 착생한다면 어쩌다 낮은 줄기에 떨어진 것도 있을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살이 숲을 몇 시간 헤맨 끝에 눈높이에 붙은 두어 개체를 만났다


(겨우살이 수꽃(왼쪽)과 암꽃(오른쪽)) 


눈앞에서 붉은겨우살이의 꽃과 열매를 보면서 재미있는 우연을 발견했다.

수꽃과 암꽃 모두 잎겨드랑이에 세 개씩 꽃을 피웠고, 열매도 세 개씩 달리는데,

그 열매는 겨울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운 증표인 사랑의 열매와 완전히 일치했다.

사랑의 열매는 어느 특정 식물의 열매를 모델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고,

세 개의 열매가 나, 가족, 이웃을 각각 상징한다고 사업주관 단체에서 밝히고 있다.


(붉은겨우살이 열매. 3개가 되지 않는 것은 새들이 따먹은 것이다.)


단순히 겨우살이의 열매가 그 무엇을 닮아서 재미있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느해인가 모금액 일부를 이 단체의 유흥비로 유용했던 어이없는 사건이 떠올라서,

겨우 사는 이웃에 줄 돈을 겨우살이같은 인간이 축낸 아이러니가 실소를 자아낸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보고 즐겨야 할 것을, 쓸데없는 생각의 꼬리가 마음을 어지럽힌 날이었다.

 

2018.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