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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키르기즈 여행기 (3)

송쿨 호수에서 키르기즈의 남쪽에 있는 제2의 도시 오쉬로 가는 2일간의 기록이다.


6월 14일 (목)



해발 3천 미터 송쿨호수의 남쪽 고개를 넘어오니... 스위스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저 꼬부랑길을 1000여 미터 내려가 한라산 정상 높이의 골짜기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했다.






앵초를 닮은 꽃이지만 십자화과의 식물같다.



송쿨에서 오늘 목표인 카자르만까지 가는데 170km....내가 지도로 판단한 길로 가지 않길래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길은 눈 녹은 진창길이라 좋은 도로로 100km정도를 돌아간다고 한다. 270km라면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보내야한다.





좋은 길로 돌아갔지만.... 도중에 뭔가 날카로운 물체를 밟았는지 타이어가 찢어졌다.

노련하고 성실한 기사는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를 했으나....

새 스페어를 구할 수 없는 무인지대에서 남은 여정은 몹시 불안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키르의 낭아초들.... 차는 조심하느라 시속 30km 정도로 달렸다.






이날 숙소인 카자르만으로 가려면 해발 2900미터 고개를 넘어야하는데...

고개 정상을 200여 미터 앞두고 눈 녹은 진창에 차가 빠졌다.

모두 내려 돌과 흙덩이로 길을 메우고 남자들은 차를 밀어 겨우 빠져 나왔다.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면 3~4일을 돌아가야 했다.





고개를 넘자 스펙터클한 풍경이 나타났다. 어떤 동지는 키르판 그랜드캐년이라고 했다.






내려가는 길에 작약 종류로 보이는 꽃들이 많이 보여 폰으로만 찍었다.

누구도 차를 세워달라고 말을 못했다. 가야할 길이 너무 멀고 날은 저물어서...


키르의 산악 중심부에 있는 카자르만의 케스트하우스에 도착한 건 밤 10시 무렵이었다.

270km, 우리나라 세 시간 거리를 12시간 걸려서 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동지들은 감동했다.

진창에 빠진 차를 밀 때.... 모든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모두들 잠든 밤, 기사는 등산화 여덟 켤래를 빨아서 차 히터에서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키르기즈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꽃을 보는 것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뭉클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6월 15일 (금)



하나 하나 채워지는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침에 빵과 오트밀, 계란 후라이를 먹는데....

이 나라에서는 오트밀에 설탕을 넣어 달게 먹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설탕을 넣지 말라고 미리 부탁하는 것이 좋다.






카자르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한 지 한 시간 남짓....

설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꽃의 군락을 만났다.






높이는 사람 키 정도지만 꽃의 모습은 칠보치마를 닮아서 꽃벗들은 이 식물을 키르치마로 부른다.






환상적인 그림에 모두들 기분이 좋다.






쇠채아재비와 비슷한 꽃들도 많았고.. 갈 길이 멀어서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을 일일이 관찰할 겨를이 없었다.






키르 제3의 도시 잘랄라마바드로 가기 전에 해발 31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어야한다.

고개 정상을 얼마 앞두고... 유목민의 유르타 옆에서 잠시 휴식했다.

순박한 주인은 그들이 먹는 빵으로 이방인 손님을 대접했다.






주인장의 교통수단일까? 유르타 앞에 매어 놓은 당나귀다.






해발 3100미터의 고개를 넘는 길, 너무 험하고 언제든지 눈사태 산사태가 날 수 있는 고개여서 포크레인이 상주하고 있다.






포크레인이 개통해놓은 눈의 터널을 지난다.






이 길은 어디서 무너져 이 차를 세울지 모른다. 길옆은 천길 낭떠러지다.

짙은 안개로 몇 발자국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침묵하고 기도했다.

차에는 스페어 타이어도 없고, 전화도 되지 않고...지나는 차도 별로 없다.


이 시간은 12일간의 여정 중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무서웠던 추억이 되었다.






빗줄기와 안개를 뚫고 네 시간이나 걸려서 3000미터가 넘는 지옥의 고개를 무사히 넘었다.

모두들 안도했고, 기적같은 행운으로 여겼다. 그제야 배가 고픈 현실이 느껴졌다. 

컵라면을 끓일 수 있도록 유목민의 유르타에서 도움을 청했다.






주인이 두말 없이 유르타를 치우고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장작을 때서 컵라면 물을 끓이는 장면이다.

후한 인심.... 이곳에 와서 느낀 소소한 행복이었다.






일행들은 비를 피해서 유르타 안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식사를 기다린다.

키르 사람들은 친절을 베풀고 돈을 받지 않는다. 그것이 중국사람들과 다르다.






고마운 점심을 마치고... 잘랄라마바드로 가는 길에 운좋게 개양귀비 밭이 눈에 띄었다.






꿈 같은, 그림 같은 풍경이다.






고개를 넘던 불안과 공포, 무모함에 대한 후회가 이 꽃밭에서 위로를 받았다.

역시...양귀비는 고통을 해소하는 특효약인가보다.






저녁무렵 키르기즈 제2의 도시이자 파미르고원의 관문인 오쉬에 도착했다.

키르기즈의 남부지역에서는 마티즈, 티코, 현대의 포터가 눈에 많이 띈다.

앞서가는 마티즈 뒤에 한글 '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어있다.






키르의 사람들은 보통 서너 명의 아이를 낳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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