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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키르기즈 여행기 (1)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키르기즈스탄을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수박 겉핧기 같았던 작년 여행의 갈증 때문에, 그리고..

키르의 대자연과 그들의 삶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알마티 공항에서 키르기즈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며 찍은 사진이다.

인천에서 여섯 시간 정도거리인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를 거쳐 

키르기즈의 마나스공항으로 반 시간 남짓 날아갔다.



6월 12일 (화)



작고 깨끗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수삼무르를 거쳐 베쉬타쉬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경험이 없고 판단이 미숙한 여행사에서 무리한 계획을 잡았다. 이틀로도 벅찬 거리를 하루에 잡은 것이다.






이 나라의 열악한 시스템에서는 이미 예약된 숙소를 변경하기도 어려울 듯해서 가는데까지 가 보기로 했다.

멀리 설산이 보이고 솜양지꽃과 미나리아재비가 카펫처럼 깔린 대평원을 보며 도시락 점심을 했다.







이 나라의 수도와 제2의 도시 오쉬를 있는 대동맥과 같은 도로가 이 정도다.

유목민의 나라에서는 양들에게 도로사용의 우선권이 있나보다. 

동반자들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신기한 모습을 촬영하기에 바쁘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두 번 넘고... 파스텔 톤 끝없는 초원을 지나는 여정이 오후 다섯시까지 반복되었다.







동행했던 분이 단체톡에 올린 사진을 크롭한 것이다. 이 계절 이 나라 어느 들에서나 흔한 꽃이다.

콩과 식물로, 꽃차례는 우리나라의 낭아초와 많이 닮았다.







베쉬타쉬국립공원까지 비쉬켁에서 300km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세 시간 거리지만 이 나라에서는 여덟시간 걸린다. 






오후 6시쯤,  이 날 묵을 숙소까지 갈 길이 150km나 남았는지라 ...

국립공원의 멋진 꽃밭까지 가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기고 차를 돌렸다.

초입에서 맛보기했던 곳에 큰앵초와 손바닥난초가 더러 있었다.






국립공원에서 돌아나오는 길에 물봉선 종류를 만났다.

꽃은 새끼손톱보다 작으나 모양은 영락없이 물봉선이다.






또 끝없는 수삼무르의 대평원을 돌아나와...(하루의 90%를 차만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되었다. 해가 긴 계절이라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6월 13일 (수)



초원에 자리잡은 바이투르 리조트에서 1박을 했다.

컨테이너로 지은 숙소지만 샤워, 난방, 위생시설이 이 나라의 평균 수준에 비해 훌륭했다.






숙소 주변은 온통 말똥과 이름모를 풀꽃들이 많았다.

여남은 가지 풀꽃들이 있었으나 낯이 설어 사진으로 담지는 않았다.






바이투르 숙소에서 별과 호수가 아름다운 송쿨 호수로 가는 길이다.

한 시간 쯤 달리면 '코좀쿨' 마을이 나온다. 일행들은 모두 '토종꿀'로 이 마을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코좀쿨은 약 150여년 전에 이 마을에 살았던 괴력의 사나이로, 마을 끝에 그의 무덤이 있다.

그는 장정 16명이 끌어내지 못한, 구덩이에 빠진 말을 혼자서 둘러메고 나왔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수삼무르에서 송쿨호수로 가는 길은 약 170km다. 

그러나 이 계절에는 눈 녹은 물이 도로를 막아서 좋은 길로 100여 km를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270km를 가야하는데, 대부분 비포장이라 또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볼만한 곳이 나올 때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용변을 보아야한다.

남녀가 함께가는 이 길... 몸을 숨길 마땅한 그 무엇을 찾기 힘들다.






건조한 지역을 지날 때, 어떤 이는 마치 미국의 옐로우스톤을 지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초원과 숲과 메마른 산과 눈 덮인 영봉, 그리고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이 스펙트럼을 만들고 있다.






270km를 달리는 동안 우리나라의 면 소재지 정도 되는 마을을 딱 한 번 지난다.

그러니까 서울서 김천까지 가는 동안 식당이 있는 마을이 딱 한 개 있다는 말이다.

건물은 남루해도 음식은 (볶음밥이었던가?) 모두들 입에 맞다고 했다.






문명의 흔적이 최소화된 대자연을 달리는 맛으로 지루함을 달랬다.






어느 고갯길에서 남녀는 제각각 몸 가릴 곳을 찾아 볼일을 보았다.

저 아득한 골짜기를 한 시간 정도 달려 왼편 설산을 오르면 송쿨 호수다.


이 먼 고생길을 송쿨호수가 보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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