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남북으로 엇갈린 활량나물의 운명



 

활량나물

Lathyrus davidii Hance

 

산야의 양지에서 자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정도.

잎은 2~4쌍의 깃꼴겹잎으로 끝에 2~3 갈래의 덩굴손이 있다.

6~8월 개화. 꽃의 길이는 약 1.5cm로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한 세대 전 사람들은 '활량'이란 말을 흔히 썼다.

어릴 적에 어른들끼리 하는 말로 그 양반 활량이다라고 하면

돈 많고 풍류를 즐기는 사람 정도로 눈치코치로 알아들었다.

활량은 한량(閑良)이 할량으로 발음이 되면서 변한 말이라고 한다.

본래 한량은 무과에 급제하고도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이나

활 쏘는 사람, 또는 관직이 없는 말단 양반 등을 지칭했다고 한다.

 

양반에 돈은 좀 있고 할 일은 없다보니 활쏘기 내기나 하고

주색잡기에 빠져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뭇남자들의 가는 길인 듯,

활쏘기가 요즘에는 골프로 바뀐 것밖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아무튼 한량은 근세를 지나면서 나라도 잃고 벼슬자리도 없어져서

무위도식하며 바람이나 피는 활량으로 격이 좀 떨어진 듯하다.


(이성원 님 사진) 

활량나물을 처음 봤을 때 주머니모양의 노란 꽃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활량의 돈주머니를 닮아서 붙은 이름인 줄 알았다.

나중에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라는 책을 찾아보니

애기완두에 비해 식물체가 대형(활량=閑良)인 나물로 나와 있었다.

이 설명에서도 한자어 한량(閑良)과 활량이 같은 말이라고 하는 걸 보면

옛날의 활량과 활량나물은 뭔가 관련이 있는 듯하나 상상이 닿지 않았다.

 

우리나라 식물 이름 중에 무슨 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150종이 넘는다.

이름으로는 나물이 그렇게 많아도 요즘에는  참나물, 돌나물 정도만 먹는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나물이란 이름이 붙은 그 많은 식물들을 다 먹을 수 있도록

조리법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식량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북한측의 식물자료에는 활량나물의 식용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4~6월경에 어린 줄기와 잎을 나물로 이용하는데 특이한 냄새와 단맛이 있다.

여름에도 식물체가 만만하고 영양분이 많으므로 나물로 이용할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국거리로 하거나 고추장무침, 김치 등을 만들어 먹는다.

데쳐서 말렸다가 겨울에 삶아 볶아 먹거나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이용한다.

 

남쪽에 사는 활량나물은 나물의 본분을 잊고 활량처럼 살고

북녘의 활량나물은 사람을 살리는 양식인 활량(活粮)’이다.

 

2016. 12. 20.

 

  



활량나물과 이름이 비슷한 식물들  

  


  



갯활량나물

Thermopsis lupinoides (L.) Link


해안의 모래땅이나 풀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80cm.

잎은 3출엽으로 작은잎은 거꿀달걀모양으로 끝이 둔하다.

5~8월 개화. 꽃은 나비모양으로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북한지역에 분포하며 근래에 강원도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조옥란 님 사진)


 





활나물

Crotalaria sessiliflora L.

 

볕이 잘 드는 들에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20~40cm.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를 거의 치지 않으며 전체에 털이 많다.

잎은 좁고 길며 잎자루가 거의 없다. 8~10월 개화.

줄기 끝에 지름 7mm 정도의 입술모양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