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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쥐방울덩굴의 색소폰 들여다보기



 

쥐방울덩굴

Aristolochia contorta Bunge

 

산야 또는 숲의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

덩굴길이 1~5m. 잎은 밑이 깊게 패어 있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6~9월 개화. 꽃은 길이 5cm 정도로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아래쪽이

혹처럼 볼록하고 그 윗부분은 깔때기처럼 생긴 색소폰 모양이다.

 

 






 


쥐방울덩굴은 그리 흔한 식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토박이 식물이다.

쥐방울덩굴속(Aristolochia)의 식물은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주로 열대와 아열대지방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쥐방울덩굴과 등칡만 산다.

쥐방울덩굴은 들이나 마을 가까운 산자락에 사는 여러해살이풀이고,

이 풀의 대형 닮은꼴인 등칡은 깊은 산의 계곡에 사는 덩굴성 나무이다.

귀여운 모습을 한 족도리풀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한 친척뻘 식물이다.

 

쥐방울덩굴은 꽃과 열매의 독특한 모양 때문에 별명도 많이 있다.

꽃은 흔히 색소폰으로 불리고, 열매는 대추 크기의 참외 모양으로,

열매가 익으면 6갈래로 위쪽이 벌어져서 뒤집어진 낙하산이 된다.

작은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 모양에서 쥐방울덩굴이 되었을 것이고,

한약재명인 마두령(馬兜鈴)이나 일본 이름인 마령초(鈴草)

낙하산이나 바구니처럼 보이는 열매의 모습에서 나왔을 것이다.

 

(쥐방울덩굴의 열매, 이상헌 님 사진) 


서양의 학자들은 이 꽃에다 여성의 출산과 관련한 학명을 붙였다.

쥐방울덩굴의 속명 Aristolochia가장 좋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aristos’출산을 뜻하는 ‘lochia’의 합성어로서, 꼬부라진 꽃의 형태를

태아와 자궁의 모양에 비유한 이름으로, 해산을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흔히 색소폰 이라고들 하는 꽃의 모양은 당연히 수분과 관련이 있다.

이 꽃은 파리 같은 곤충을 색소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꽃술까지

끌어 들이기 위해 생선 썩은 냄새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 냄새 때문에 까치오줌요강이라는 별명까지 덤으로 얻은 것 같다.

그런데 꽃의 입구에서 꽃술까지는 좁은 통로에 거꾸로 난 털이 빽빽해서

수분곤충인 파리가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리가 나와서 다음 꽃에 꽃가루를 전할 수 있을까?


(쥐방울 덩굴과 꼬리명주나비, 배주한 님 사진. (왼쪽 암컷, 오른쪽 수컷))  


쥐방울덩굴과 그 친척뻘인 족도리풀에는 단골손님이 있다.

쥐방울덩굴에는 꼬리명주나비나 사향제비나비가 알을 낳고 그 애벌래는

이 잎을 갉아 먹고 자라며, 족도리풀에는 애호랑나비가 알을 낳는다.

이 두 가지 식물은 모두 파리 종류가 수분을 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여기다 알을 낳고 잎으로 애벌레를 먹여 살리는 나비들은

과연 쥐방울덩굴에게 피해만 주는 일방적인 착취자일 뿐일까?

 

쥐방울덩굴이 이모저모 재밌게 생겨서 겉으로 즐기기만 하다 보니

이 식물이 번식하는 비결에 대해서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2016. 12. 19.








 

 


등칡

Aristolochia manshuriensis Kom.

 

산기슭의 계곡 주변에 자라는 덩굴성 낙엽 관목.

길이 10m 정도. 잎은 둥근 심장 모양으로 톱니가 없다.

5~6월 개화. 암수딴그루식물로 잎겨드랑이에 꽃이 핀다.

경남, 경북, 충북, 강원도와 북한 지방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