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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두루미의 심술 긴병꽃풀



 

긴병꽃풀

Glechoma longituba (Nakai) Kuprian.

 

산과 들의 양지나 반그늘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cm.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다가 꽃이 진 후에는 쓰러져 옆으로 50cm 까지 자란다.

3~5월 개화. 꽃은 지름 1cm, 길이 2cm 정도로, 아랫입술 꽃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고, 안쪽 면에 곤충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개의 자주색 반점이 있다.

 

 


 

봄에 예쁜 꽃이 피는 긴병꽃풀은 흔히 볼 수 있는 풀이 아니다.

이 식물이 여느 들이나 산자락처럼 평범한 조건에서 자라며,

꽃과 잎을 제대로 갖추었는데도 드문 것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 식물의 종소명은 꽃부리가 길다는 뜻의 longituba이다.

 

긴병꽃풀을 보면 여우와 두루미의 이솝우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해놓고는 목이 긴 병에 음식을 담아내놓는 대목이다.

물론 여우가 두루미를 먼저 초대했고 납작한 접시에 스프를 담아내서

두루미의 길고 뾰족한 부리로는 먹을 수 없게 했던 일에 대한 복수였다.

긴병꽃풀도 이 이야기를 들었는지 두루미의 흉내를 낸 모양이다.


 

아마추어의 상상으로 긴병꽃풀의 번식전략은 짐작해보았다.

꽃부리 입구를 넓게 만들고 화려하게 장식해서 일단 손님을 불러놓고

안쪽을 길고 좁게 만들어 꿀은 많이 있는 척 냄새만 풍기면서,

곤충이 꿀을 얻으려고 안쪽으로 머리를 들이밀 때 꽃가루만 잔뜩 뭍이고

용을 쓰다가 포기하게 하면 꿀은 아끼고 수분은 확실하게 된다.

 

그러나 곤충의 유전자는 그 얄팍한 수에 속을 것 같지가 않다.

그 유전자에는 저 꽃은 얌체다는 경험이 수십 수백만 년 축적되어

곤충들은 본능적으로 긴병꽃풀을 좋아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런 결과로 긴병꽃풀은 씨앗을 만들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고,

덩굴을 더 뻗어서 줄기로 번식할 기회를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긴병꽃풀과 모양이 비슷한 벌깨덩굴은 크게 번성하는 식물이다.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벌깨덩굴은 꽃부리가 넓어서 여러 가지 곤충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쉬어가는 넉넉함을 베풀고 있는 점이다.


 

세상에서 크게 성공한 부자들은 예외 없이 이렇게 말한다.

부자가 되는 비결은 간단하다. 타인에게 더 많이 줄 방법을 찾으면 된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더 많이 행동하고 더 많이 베풀면 된다.

더 큰 존재가 되고 더 많이 봉사하면 더 많이 벌 기회가 생긴다.

 

다윈은 이 보다 더 큰 자연생태계의 관점에서 이미 같은 말을 남겼다.

 

언제든 서로 돕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개체가 많은 종이

거의 모든 종을 누르고 승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선택이다.

 

다윈이 단순한 과학자로서 진화론의 선구자가 되었다면

사후 1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존경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철학자였다.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징이다라는

그의 말대로, 그는 이런 사상적 토대위에 과학을 새웠기 때문이다.


2016.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