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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유쾌한 상상을 부르는 도깨비부채



  도깨비부채

Rodgersia podophylla A.Gray

 

높은 산지의 반그늘에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정도.

잎은 5갈래로 갈라지는 겹잎으로, 작은잎의 끝에 불규칙하고 큰 톱니가 있다.

6~ 7월 개화. 꽃의 지름은 6~8mm 정도이며 꽃차례의 길이는 20~40cm이다.

경북 및 중부 이북의 산지에 드물게 분포한다.

 




 

도깨비부채는 높고 깊은 산에서 드물게 만나지는 식물이다.

북한에서는 함경도의 일부 산간지방에만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설악산이나 화악산 같은 맑은 계곡과 높은 비탈의 그늘에서

우연히 도깨비부채의 군락을 만나면 유쾌한 상상을 하게 된다.

 

도깨비는 옛날에 착하고 노래 잘 하던 혹부리영감의 혹 제거 수술을

공짜로 해주고 금은보화까지 주어 보냈던 재밌는 친구가 아니던가.

이 이야기에서 혹부리영감이 도깨비를 속인 것이 아니라 

영감의 혹을 노래주머니라고 믿은 도깨비스러움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도깨비는 수퍼맨의 초능력을 엉뚱하게 써버리는 코미디언 같아서

이름에 도깨비가 들어간 식물만 만나도 살짝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도깨비부채는 도대체 무슨 연고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은 깊은 산중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단편적인 자료를 엮어서 유래를 추리해보았다.

 

 <한국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2005. 일조각)라는 책에 의하면

도깨비부채가 귀두경’(鬼頭檠)반룡칠’(盤龍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한자명이 우리 전래의 식물명이었는지는 확인해 볼 길이 없었으나,

귀두경이라는 한자명은 도깨비와 뭔가 통하는 이름 같았다.


  

귀두(鬼頭)’는 귀신의 머리라는 뜻이고, ‘()’은 활 모양을 바로잡는 

틀이나 등잔대를 뜻하는 한자로서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깨비부채는 옛날에 귀신머리 장식이 붙어 있는 등잔대나

활 교정틀을 닮은 데서 유래한 오래된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 추리에 맞장구를 쳐준다면

도깨비 뿔 같은 큰 톱니가 나 있는 이 식물의 갈래 잎에서

누구라도 도깨비 머리 모양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2016.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