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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죽어서 꽃이 되는 수정난풀



  

수정난풀

Monotropa uniflora L.


숲 속에 자라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높이 10~20cm.

잎은 퇴화한 모양으로 비늘처럼 줄기에 붙어있다. 8~9월 개화.

꽃의 지름은 1.5cm 정도이며, 암술머리가 연한 노란색이다.

나도수정초는 5월에 꽃이 피며 암술머리가 푸른색이다.





 

어느 봄날 숲길에서 박제가 된 꽃 한 무더기를 만났다.

겨울을 지난 식물의 잔해답지 않게 그 모습이 단정하였다.

무슨 식물이 이리도 온전한 미이라가 되었을까하고

요모조모를 살펴보니 틀림없이 수정난풀의 주검이었다.


(봄 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수정난풀의 미이라)

  

수정난풀은 그 이름처럼 맑고 투명하며 여릿한 느낌이 들면서

꽃과 잎과 줄기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모습이다.

이 식물은 한 생애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꽃대가 바로 서고

꽃 모양이 나타나 꽃술과 꽃받침을 알아 볼 수 있다.

버섯기둥처럼 물컹하게 보이던 줄기가 야무지게 굳어지며

줄기에 비늘처럼 붙어 있던 잎이 펴져서 박제가 된다.

살아서 예사롭지 않은 식물이 죽어서도 신비한 미이라가 되는 것이다.

 

겉모양으로는 수정난풀과 구별하기가 어려운 나도수정초도 있다.

'나도수정난풀'이라고도 하는 이 식물은 5월 쯤 나오기 때문에

살펴보지 않아도 식별에 애로가 없지만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수정난풀은 암술머리가 옅은 노란색이고 나도수정초는 하늘색이다.


(지난해의 미이라들이 다음 세대가 나올 때까지 남아았다) 


무엇보다도 나도수정초는 완전히 자랄 때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껍질이 단단한 열매를 떨어뜨리고 몸체는 사라지는데 비해

수정난풀은 자라면서 고개가 바로서고 껍질이 갈라지는 열매를 만들며,

미이라가 되어 종종 다음 해에 나오는 세대를 지켜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