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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아름다운 시인의 꿈 솔나리



 솔나리

Lilium cernuum Kom.


주로 높은 산에서 자라는 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

줄기는 가늘고 단단하며, 잎은 솔잎처럼 가늘고 촘촘히 달린다.

7 ~ 8월 개화. 원줄기와 가지 끝에 지름 4~5cm 정도의 꽃 1~4개가

밑을 향해 피고, 안쪽에 자줏빛 반점이 있다.

 

 



솔나리

                                                

가을은 입신의 달

아니 현신의 시월

하늘의 구름 붙잡고

저 꽃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귀멀고 눈멀어가는

나에게

솔나리도

솔나리도

우주를 날으면서

첫 날파람 소리가 되겠다

그 세상 태어나서

시인의 나의 첫 꿈

솔나리 피다

                                                             <김 창 진>


(인디카 사진)

 

솔나리 꽃이 절정이던 어느 여름 날 뒤늦은 부음을 받았다.

고인의 뜻을 헤아려 장례가 끝난 뒤에 보낸 사려 깊은 부고였다.

그 부고는 좋은 인연으로 알고 지냈던 아름다운 시인 한 분이

먼 길을 떠나면서 아드님을 통해 구술한 절명시(絶命詩)였다.

시인은 저 세상에서 솔나리로 다시 피고 싶다고 했다.

그의 육신은 늙고 병들었으나 영혼은 솔나리와 같았다.

 

나와의 인연은 짧아서 시인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그분과 오래 교우한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그분이 노년을 보낼 집을 지을 때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찾았는데,

항상 부인과 함께 가서는 일하는 분들에게 간식을 대접하면서,

그저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집을 짓는 사람들은 천사를 닮은 시인 부부에게서 감동을 받아

부실공사가 판을 치던 세태에도 정성들여 집을 지었다고 들었다.


  

시인의 삶과 죽음이 이러했으니 그는 이미 살아서 꽃이었다.

지금까지 내게 솔나리는 그저 아름다운 꽃이었을 뿐이지만,

그분이 남긴 한 편의 시로 이제는 의미 있는 아름다움이 되었다.

 

2016.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