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정겨운 풍경의 미니어처 새박


 


새박

Melothria japonica Maxim.


숲 가장자리의 나뭇가지에 덩굴을 감으며 자라는 박과의 한해살이풀.

잎겨드랑이에서 덩굴손이 나오며, 잎은 세모지며 낮은 톱니가 있다.

8~9월 개화. 암꽃은 지름 7mm 정도로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나고,

수꽃은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둥글고 1cm 내외이다.

중부 이남 지방과 제주도에 주로 분포한다.




 

아이고 소곰이 없네. 얼릉 순옥네 가서 한 바가치 얻어오니라.'

할머니가 바가지를 하나 주면서 내 키 만한 키를 씌워주었다

서너 살 아이가 땅에 끌릴락말락한 키를 쓰고 뒷집에 갔더니

뒷집 할매는 어찌 알았는지 니 오짐 쌌재.’하면서

소금은 안 주고 마당비로 키를 두들겨 패서 쫓아 보냈다

집집마다 초가지붕과 돌담에 박이 주렁주렁 열리고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을 긷던 꿈같은 시절의 이야기다.


  

새박은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 풍경의 미니어처이다.

하얗고 작은 꽃이 시들면서 박을 닮은 열매가 조롱조롱 달리는

새박은 그 이름처럼 작은 새들에게나 어울리는 박이다.

겨울에는 덩굴과 잎이 말라 퇴색하고 열매가 하얗게 변해서

나뭇가지에 새알들을 조롱조롱 달아놓은 모양이 된다.

 

새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들의 박 사이를 오가며 노는데

현대 문명은 그 아름다운 낙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 옛날 산골의 작은 아이는 새박을 보며 다시 그날을 추억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오줌싸개로 놀림감이 되어버린 사내아이는

필시 뒷집 지지배 순옥이가 소문을 냈으리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애도 키를 쓰고 올 날을 기다리며 복수를 별렀지만

가시내가 먼 동네로 시집갈 때까지도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2016.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