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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낸 송장풀



송장풀

Leonurus macranthus Maxim.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정도.

가지를 거의 치지 않으며 전체에 갈색의 잔털이 빽빽하게 난다.

7~10월 개화. 꽃의 길이는 2.5~3cm로 잎겨드랑이에 여러 층으로

돌려난다. 





 

꽃벗들이 송장풀의 유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공감할 만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오고 갔던 담론 중에서

사실과 상상이 엮어내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송장풀은 예로부터 개속단, 산익모초, 개방앳잎 등으로 불리어 오던 식물로,

1949년에 발간된 <조선식물명집> (정태현 외)에 처음 나오는 이름이다.

어느 분이 뜬금없이 등장한 송장풀이라는 이름을 납득할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그 유래를 상상해본 이야기가 여러 꽃벗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이야기는 송장풀의 일본명인 키세와타(被綿 キセワタ)로부터 시작한다.

키세와타는 음력 98일에 솜을 국화 위에 덮어 다음날인 중량절 아침에

솜에 맺힌 이슬로 몸을 닦으면 노화 방지에 좋다는 일본의 옛 풍습으로,  

키세와타로 몸을 깨끗이 한 후에 왕을 배알하는 의식에 참가했다.

그래서 국화 위에 얹힌 솜을 닮은 꽃도 키세와타로 부르게 되었다.

 

이 대목까지는 좋았으나 그 다음 이야기가 기발한 상상으로 비약한다.

광복 4년 후인 1949년에 처음으로 우리말로 된 식물책을 만들게 되자

학자들이 일본에 대한 분풀이로 일본에서는 신성한 풍습인 키세와타

송장풀이란 이름을 지어 한방 먹인 건 아닐까 하는 추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 추리는 '그 때 책을 만든 학자들이 설령 일본을 원수로 여겼다하더라도

아무 죄 없고 멀쩡한 식물에 송장이라는 고약한 이름을 지어 붙일 정도로

양식이 없었겠느냐'는 어떤 점잖은 분의 말씀으로 대강 마무리가 되었다.


또 국화를 솜으로 장식했던 키세와타를 우리말로 '솜장풀'로 옮긴다는 것이

당시 인쇄상의 실수로 '송장풀'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견해도 있었으나

그것이 오자라면 수십년 동안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많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뿌리도 없고 공감이 되지 않는 수상한 이름은 하루 빨리

개속단이나 산익모초 같은 옛 이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들 의견을 모았다.

 

2016.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