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노호배의 추억 손바닥난초



  손바닥난초

Gymnadenia conopsea (L.) R.A.Br


높은 산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60cm.

뿌리는 덩이 모양으로 육질이며, 잎은 3장 이상이고 넓은 선형이다.

6~8월 개화. 꽃의 크기는 5~8mm, 꽃차례는 15cm 정도이며 향기가 좋다.

북방계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등지에 자생한다.

 

 




손바닥난초를 처음 만난 곳은 서백두의 노호배(老虎背)였다.

노호배는 백두산에서 서쪽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한 능선에

석회암 성분이 많이 섞여있어서 주름지며 쳐진듯 흘러내린 모습이

늙은 호랑이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백두산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한 능선이 늙은 호랑이 등을 닮았다. 눈처럼 희게 보이는 부분이 석회석 성분이다.)  

  

그 호랑이 등을 계곡 건너로 보며 내려오는 길은 고산화원이다.

눈을 들면 멀리 만주 벌판이 끝이 없어 초점을 둘 곳이 없고

고개를 숙이면 온갖 꽃들이 아양을 떨며 혼을 쏙 빼놓는다.

꽃을 밟지 않고는 걸음을 옮기기 어려운 길 아닌 길에서

조물주의 놀라운 작품들에 감동하고 경탄하며 감사했다.

  

그곳에서는 8월 초순이면 찬바람이 불고 꽃들이 결실을 서두른다.

껄껄이풀, 금매화, 산용담, 구름국화, 자주꽃방망이달구지풀돌꽃,

화살곰취, 구름패랭이,비로용담, 그리고 지금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꽃들에게 발목을 잡히며 내려오는 중에 손바닥난초를 만났다.


(노호배에서 만난 손바닥난초. 2011. 8.)

 

손바닥난초는 뿌리가 통통하며 납작하여 손바닥을 닮았다는 이름이다.

난초 종류 중에는 땅속에 있는 뿌리모양을 가지고 붙인 이름이 많다.

뿌리를 캐서 궁금증을 풀기에는 아마추어의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

마음을 접고 돌아와서 사진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난초도감의 사진과 세밀화를 통해 뿌리의 모습을 확인해보니

뿌리 덩이가 납작해서 손바닥 모양이 보이기는 하지만,

후덕한 부처님의 손이나 고사리 같은 아기의 손과는 거리가 멀고

여윈 손가락에 손톱이 자랄대로 자란 마귀할멈의 손 모양이었다. 


(노호배의 고산화원) 

  

손바닥 모양이야 어쨌거나 노호배의 꽃밭을 걷던 추억은

오래도록 퇴색되지 않을 소중한 영상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 내 나라 백두산의 꽃밭을 자유로이 거닐 수 있을까.

그 잊지 못했던 추억이 감동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2016.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