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풍선난초
Calypso bulbosa (Liiaeus) Oakes var. bulbosa
높은 산의 가문비나무 숲이나 활엽수림에 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정도. 잎은 1장으로 가을에 나와 꽃이 핀 후 사라진다.
6월~7월 개화. 크기 25~30㎜의 꽃 1개가 꽃대 끝에 달린다.
백두산은 두만강과 압록강, 그리고 송화강의 어머니다.
백두산이 펼친 용암의 검은 치마에서 수많은 골짜기들이 태어나 큰 강을 이룬다.
울창한 침엽수림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 백두산 자락의 골짜기에는
온천수가 하얀 김을 뿜어내고, 그 습기는 식물들의 들숨이 된다.
녹색 이끼가 카펫이 된 숲 바닥에는 온갖 희귀한 식물들이 자란다.
애기풍선난초는 그러한 숲에서 자라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풍선난초속의 속명 ‘Calypso'는 그리스어로 ‘은둔’을 뜻하므로
어두운 침엽수림에서 숨어 사는 듯한 식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들이 애기풍선난초를 한 번 만나기를 오매불망하는 것도
불꽃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한 분홍색 꽃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백두산 태고의 숲이 신비롭고 장엄한 무대가 되어주는 까닭이리라.
이 난초의 서양 이름 ‘요정의 슬리퍼’(fairy slipper), ‘비너스의 슬리퍼’
(Venus's slipper), ‘숙녀의 슬리퍼’(lady's slipper) 등은
이 꽃의 여성스러움과 슬리퍼를 닮은 입술꽃잎에서 유래한 듯하다.
일본 이름 히메호테이란(ひめほていらん)은 ‘애기자루난초’라는 뜻이다.
백두산 자연보호구역 안에서 이런 식물을 자유롭게 탐사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지 관리인들에게 모종의 대가를 지불하는 구차한 경로를 거쳐서야
이 애기풍선난초나 유령란, 털복주머니란 등의 귀한 난초를 알현할 수 있다.
이런 식물들은 분명 압록강, 두만강 남쪽 개마고원에도 있을 것이니
통일의 그날 기다려 춤을 추며 달려가 만나야 할 일이다.
2016.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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