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자
Asyneuma japonicum (Miq.) Briq.
산자락의 반그늘에서 자라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80cm.
줄기 상부에서 약간의 가지를 치며 전체에 털이 퍼져 난다.
7월~9월 개화. 꽃잎이 깊게 갈라져 갈래꽃처럼 보인다.
꽃잎의 갈래는 너비가 1mm 정도, 길이는 1~1.2cm이다.
영아자는 도무지 의미나 유래를 짐작할 수 없는 풀 이름이다.
한자어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자로 표기된 자료를 보지 못했고,
그나마 뜻을 풀어볼 수 있는 한약재의 이름 중에서도 찾지 못했다.
‘식물명의 유래’를 밝힌 듯한 제목의 책에도 ‘유래 미상’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답답한 지경이 되면 마끼노(牧野)일본식물도감을 뒤적거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도감이나 책에서 꽃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 항목은 별로 없고,
마끼노 도감에서는 설명문 말미에 반드시 그 유래를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영아자의 일본이름은 시데샤진(四手沙蔘, しでしゃじん)으로,
마끼노 도감의 설명으로는 가늘게 갈라진 꽃잎이
신전을 장식하는 종이가 나부끼는 모습을 닮은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즉 ‘신전 장식 종이를 닮은 꽃이 피는 더덕(沙蔘)의 일종'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영아자는 <조선식물향명집> (1937, 정태현 외)에 ‘염아자’로 나오고,
1956년에 발간된 <한국식물도감>(정태현)에서 ‘영아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국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작고한 이영노 박사는 본인의 도감에서 ‘염아자'를 정명으로 썼지만.
이런 저런 과정에서 누구도, 어디에도 그 내력을 밝혀놓지 않았다.
영아자라는 이름은 근본도 찾을 수 없는 사생아인가.
영아 때 버려진 듯한 아이, 영아자에게 위로의 한 마디 남긴다.
염천 태양의 불꽃처럼 꽃 피우는 너의 원래 이름은 ‘염하자’였다.
염하자(炎夏子), 불타는 여름의 아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201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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