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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염하의 태양처럼 피는 염아자



영아자

Asyneuma japonicum (Miq.) Briq.


산자락의 반그늘에서 자라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80cm.

줄기 상부에서 약간의 가지를 치며 전체에 털이 퍼져 난다.

7~9월 개화. 꽃잎이 깊게 갈라져 갈래꽃처럼 보인다.

꽃잎의 갈래는 너비가 1mm 정도, 길이는 1~1.2cm이다.



 

 

영아자는 도무지 의미나 유래를 짐작할 수 없는 풀 이름이다.

한자어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자로 표기된 자료를 보지 못했고,

그나마 뜻을 풀어볼 수 있는 한약재의 이름 중에서도 찾지 못했다.

식물명의 유래를 밝힌 듯한 제목의 책에도 유래 미상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답답한 지경이 되면 마끼노(牧野)일본식물도감을 뒤적거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도감이나 책에서 꽃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 항목은 별로 없고,

마끼노 도감에서는 설명문 말미에 반드시 그 유래를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영아자의 일본이름은 시데샤진(四手沙蔘, しでしゃじん)으로,

마끼노 도감의 설명으로는 가늘게 갈라진 꽃잎이

신전을 장식하는 종이가 나부끼는 모습을 닮은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신전 장식 종이를 닮은 꽃이 피는 더덕(沙蔘)의 일종'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영아자는 <조선식물향명집> (1937, 정태현 외)염아자로 나오고,

1956년에 발간된 <한국식물도감>(정태현)에서  영아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국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작고한 이영노 박사는 본인의 도감에서 염아자'를 정명으로 썼지만.

이런 저런 과정에서 누구도, 어디에도 그 내력을 밝혀놓지 않았다.


  

영아자라는 이름은 근본도 찾을 수 없는 사생아인가.

영아 때 버려진 듯한 아이, 영아자에게 위로의 한 마디 남긴다.

   

염천 태양의 불꽃처럼 꽃 피우는 너의 원래 이름은 염하자였다.

염하자(炎夏子), 불타는 여름의 아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2016.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