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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반하의 멋진 모습에 반하다


  

반하

Pinellia ternata (Thunb.) Breitenb.


밭이나 마을 부근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의 높이 20~40cm. 둥근 뿌리줄기에서 1~2개의 잎이 나온다.

5~ 7월 개화. 길이 6~7cm의 포 안쪽 꽃줄기 아래에 암꽃이, 위에 수꽃이 달린다.

전국에 드물게 분포한다. 잎자루의 밑이나 위에 1개의 구슬눈이 생겨 번식한다.




 

내가 처음 만났던 반하는 꽃이라기보다는 한 마리 어린 새였다.

어느 초여름 날 산자락아래 과수원 옆길을 지나다가 눈에 띈 반하는

 아기 새가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모습을 닮은 듯도 하고

이제 막 첫 비행을 위해 하늘을 향해 나래짓하는 몸짓으로도 보였다.

반하를 꿩의무릇이라고도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로 얻은 이름이지 싶다.


여느 꽃보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반하에게 반해버린 나머지,

이듬해에는 반하가 나오기 한 달 전부터 그 과수원 길을 자주 찾았다.

어린 새가 비상하는 모습을 잔뜩 기대하며 그곳을 찾은 어느 날

과수원 옆 풀밭이 온통 누렇게 말라죽어버린 참사를 보고 말았다.

십중팔구 제초제를 뿌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도 감귤 과수원 언저리에서 농약 세례를 받으며

위태로운 생명을 겨우 부지하는 모습들만 볼 수 있었다.



반하가 밭두렁이나 과수원 같은 곳에서 자리 잡고 살다보니

농약의 해를 입어 점점 만나기가 어려워지는 듯하다.

온 나라의 들과 산으로 십년이 넘도록 꽃 나들이를 하면서

겨우 서너 번밖에 만나지 못했으니 얼마나 귀해진 식물인가

 

옛 기록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반하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듯하다.

 반하는 한자로 반 ’(), 여름 ’()라고 표기하는데,

한 여름에 뿌리를 캐어 약으로 쓴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반하는 꿩의무릇, 끼무릇, 끼무릇딩이, 메누리목쟁이 등으로도 불리어왔다.

이렇게 많은 이름들은 사람들과 가까이 있었던 식물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제 다시 반하가 재잘거리는 들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농약냄새 나는 둥지를 떠나 살기 좋은 나라로 날아가 버린 걸까... 


2016. 7. 16. 




 

대반하

Pinellia tripartita (Blume) Schott

산지의 다소 습한 반그늘에서 자란다. 꽃줄기 높이 30~50cm.

땅속 뿌리줄기에서 1~4장의 잎이 나와 보통 3장으로 갈라진다.

5~6월 개화. 반하에 비해 전초가 크고 윤이 나며 구슬눈이 없다.

중부 이남지방과 거제도를 비롯한 섬 등지에 드물게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