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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빨간 점 하나의 매력 시베리아여뀌



  

시베리아여뀌

Knorringia sibirica (Laxm.) Tzvelev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2008년에 최초로 발견되어 생육상태의 기록이 미흡하다.

5~8월 개화. 백령도 사곶해변에 수천 개체가 자생한다.




 

백령도는 육지에서 가장 뱃길이 먼 섬으로 황해도 장산곶의 코밑에 있다.

해마다 많은 꽃벗들이 빠른 배로도 4시간이나 걸리는 그곳을 찾는 까닭은

그곳에만 살고 있는 시베리아여뀌라는 작은 풀꽃을 보기 위해서다.

이 식물은 천연 비행장이라고도 하는 사곶해변의 한켠에 크게 번지고 있다.


시베리아여뀌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베리아나 몽골이 고향으로,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떤 경로로 발을 붙이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 뼘 남짓 자라는 마디풀과의 이 식물은 그리 특별한 생김도 아니고

꽃도 같은 과의 식물인 여뀌나 고마리나 메밀의 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래땅에 번지는 시베리아여뀌 군락. 흔한 잡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학자도 아닌 나와 같은 꽃벗들이

이 꽃을 찾는 까닭은 빨간 암술의 꽃 때문이지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술의 밑동, 꽃의 가운데가 빨갛게 보이는 꽃이다.


수천 포기 시베리아여뀌의 군락에서 붉은 점을 지닌 꽃은

야구장 가운데에 있는 투수 마운드처럼 좁은 땅에 모여 살고 있다

온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흰 꽃에 더한 붉은 점 하나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가 된 셈이다.


(꽃 가운데에 붉은 점이 보이는 개체는 매우 드문 편이다)


백령도는 우리나라의 서북단 섬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투구 쓴 장수들이 늘어선 모양의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두무진과

콩알만한 바닷자갈이 있는 콩돌해변 등의 볼거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다녀왔거나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로지 꽃에만 열광하는 매니아들은 작은 꽃 하나 보려고

그 먼 길을 가서 하루를 묵고 와야 하니 볼멘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시베리아여뀌라고? 부르기도 참 고약하군. 시불노무스키라고나 하지...


201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