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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삿갓나물로 김삿갓을 추모하다


 


삿갓나물

Paris verticillata M.Bieb.


산지의 숲 속에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잎은 줄기 끝에서 6~8장이 돌려 나와 삿갓 모양으로 처진다.

4~6월 개화. 돌려난 잎 가운데서 꽃자루가 나와 위를 향해 핀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했던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이다.

그는 홍경래의 반란군에게 항복한 선천군수 김익순(金益淳)의 손자로,

난이 진압된 후에 김익순은 참수되고 집안이 폐족이 될 지경에 이르자

당시 여섯 살이었던 병연은 하인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피신하여

황해도에 잠깐 살다가 강원도 영월에 정착하게 되었다. 


(삿갓나물 군락, 이장희님 사진)  


그러한 집안의 내력을 몰랐던 그가 스무 살 때 영월의 백일장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통렬하게 비난하는 시를 써서 장원을 하게 된다.

얄궂게도 그의 뛰어난 글재주가 죽은 조부를 이렇게 부관참시했다.   .

 

저승에는 조상이 있으니 혼은 죽어서 저승에 가지 못하고,

한 번 죽어서는 그 죄가 가벼우니 만 번 죽어 마땅하다.‘

   

어머니로부터 김익순이 그의 조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병연은

스스로 다시는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삿갓을 쓰고 유랑의 길을 떠나

세상을 풍자하고 백성들의 아픔을 담은 수많은 시를 남겼다


   

깊은 산중에서 삿갓나물을 만날 때마다 김삿갓이 생각나는 까닭은

삿갓모양으로 돌려난 잎과 그 위에 피는 노란 꽃 한 송이 때문이다.

 

옛 시인은 가고 죽장에 삿갓만 걸려있네

여덟 갈래 찢어진 낡은 삿갓, 삿갓나물

금빛 꽃 한 송이 천재의 詩인양 피어나

비수처럼 번득이며 팔도를 조롱하네

    

 

2016.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