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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고슴도치와 고슴도치풀 이야기

 

고슴도치풀

Triumfetta japonica Makino

 

산기슭이나 들, 길가에 자라는 피나무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0~120cm.

전체에 잔털이 퍼져나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를 친다.

8~ 9월 개화. 지름 8mm 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뭉쳐나고,

열매에 갈고리모양의 가시털이 있어 고슴도치처럼 생겼다.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에피소드 1.

 

사랑을 나눈 후 고슴도치 수컷의 가슴에는 피가 맺힌다.

그래서 암컷의 등에 핏자국이 생기면 임신의 징후로 보기도 한다.

암컷의 등에 돋은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 사랑을 해야하는 숙명은

아주 오랜 옛날에 그의 조상이 생존의 방편으로

날카로운 가시를 선택한 혹독한 댓가이다.

 

쥐 한 쌍은 1년만에 3세대에 백 마리 이상으로 불어나는데,

사랑이 고통일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는 1년에 4~5마리만 낳는다.

이렇듯 높은 생존율과 낮은 번식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여겨진다.

 

 

에피소드 2.

 

잎겨드랑이에 작고 노란 꽃을 피우는 고슴도치풀은

도깨비바늘처럼 동물에게 씨앗을 붙여서 멀리 퍼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열매를 고슴도치처럼 만들어달라고 기도했고,

맘씨 좋고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소원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열매가 잎겨드랑이에 오글오글 붙어있어서

동물들에게 그것을 붙이기에는 잎이 방해가 되어 쉽지 않았다.

결국 고슴도치풀은 자신의 발밑에 씨앗을 떨어뜨려서

자기 동네에서만 자식들과 모여 살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런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되 그리 번성하지 못한 듯하다.

 

고슴도치는 종족 보전을 위하여 날카로운 가시를 선택했고,

고슴도치풀은 자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밸크로 같은 가시를 골랐으나

자연은 냉정하게도 그들의 선택에 대하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은 듯하다.

오늘날 그들이 그리 번성하지 못한 것 또한 자연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도 계속적인 선택의 결과이며,

그 결과는 우연이나 행운으로 얻어지기보다는

인과응보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꽃이야기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