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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가장 울릉도다운 식물 섬노루귀

 

섬노루귀

Hepatica maxima (Nakai) Nakai

 

울릉도의 숲 그늘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전체에 흰색의 긴 털이 밀생한다. 잎은 3갈래로

갈라지며, 두텁고, 광택이나며, 너비는 10cm 가량이다.

4~5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울릉도) 특산식물.

[이명] 왕노루귀, 큰노루귀

 

 

 

 

 

 

울릉도는 작지만 그곳의 식물은 크다.

울릉도에서 섬노루귀를 처음 만났을 때, 육지에서 보던

노루귀보다 너무나 커서 마치 거인국에 간 기분이었다.

섬노루귀 뿐만 아니라 울릉도의 다른 풀꽃들도 대형인데,

그 까닭은 울릉도의 기후와 관련이 깊은 듯하다.

 

울릉도는 1년 중 약 30일이 맑고, 160일쯤은 비나 눈이 내린다.

눈이 우리나라 평균치의 다섯 배나 내리는 곳이면서도

겨울철 날씨가 제주도나 남해안 다음으로 따뜻하다.

이런 기후가 울릉도의 식물을 크게 키웠을 것이다.

 

섬노루귀는 울릉도 특산식물로 이 섬의 대표식물이라고 할 만하다.

울릉도 특산식물들의 이름에는 대개 ‘울릉’, ‘우산’, ‘섬’, ‘큰’, ‘왕’ 중

한 가지 수식어가 붙는데, 알고 보면 같은 의미로 쓰인다.

먼저 울릉도의 옛 이름이 ‘우산국’(于山國)이니 ‘울릉’과 ‘우산’이 같은 뜻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식물명에 들어가는 ‘섬’은 대부분 울릉도를 지칭한다.

앞서 말한 특별한 기후의 영향을 받은 울릉도 식물들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식물 이름에 '큰'이나 '왕'이 붙은 것 중에 울릉도 특산종이 많다.

 

 

섬노루귀는 꽃이나 잎의 지름이 보통 노루귀의 세 배가 넘고,

넓이로 보자면 열 배, 그 덩치는 무려 30배나 되는 셈이어서,

다시 말하자면, 섬노루귀는 ‘우산노루귀’이자 ‘울릉노루귀’이며,

‘큰노루귀’, ‘왕노루귀’ 라는 별명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런 까닭만으로도 섬노루귀를 울릉도 대표식물로 추켜세울 만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잎 모양마저 삼각형의 울릉도 땅모양을 쏙 빼닮았다.

지도가 없을 때 섬노루귀의 잎을 가지고 울릉도의 지리를 설명하면 된다.

울릉도는 울릉읍(과거 남면), 서면, 북면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져서,

세 개로 갈라진 섬노루귀의 잎과 아주 비슷하고,

잎자루가 나가는 오목한 곳은 울릉도의 분화구였던 나리분지를 닮았다.

그렇다면 섬노루귀의 꽃은 울릉도의 꽃, 도동 1번지인 독도라고나 할까...

 

섬노루귀는 온난한 기후 덕에 사시사철 푸른 이 섬을 닮아

새봄에 꽃을 피울 때까지도 묵은 잎이 푸르게 살아 있다.

이 섬의 한 가운데, 성인봉(聖人峰) 높은 곳에 무리지어

채 녹지 않은 눈 속에서 꽃 피우는 섬노루귀!

이래저래 섬노루귀는 가장 울릉도다운 식물이다.

 

 

2011. 7. 10. 에 쓴 글을 2013. 8. 25.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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