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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곤궁함이 묻어나는 이름 벼룩나물

 

벼룩나물

Stellaria alsine var. undulata (Thunb.) Ohwi

 

논둑이나 밭에 자라는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5~25cm. 털이 없고 밑에서 가지가 나온다.

4~5월 개화. 어린 식물을 식용한다.

한국 및 북반구에 분포한다.

[이명] 들별꽃, 벼룩별꽃, 보리뱅이

 

 

 

 

 

 

 

우리 식물의 이름에 ‘벼룩’이 들어간 것이 대여섯 가지가 있다.

벼룩나물, 벼룩이자리, 벼룩이울타리, 개벼룩, 벼룩아재비 등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꽃이 작고, 줄기가 가늘며, 흰 꽃이 피는데,

이 중에 벼룩아재비만 마전과(馬錢科, Loganiaceae)의 식물이고

나머지는 모두 석죽과(石竹科,Caryophyllaceae)에 속하며 봄에 꽃이 핀다.

 

이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식물들 중에 오직 벼룩이울타리만 키가 40cm 가까이 자란다.

벼룩은 최대 20cm까지 높이 뛸 수 있다고 하니,

그 높이의 두 배 정도 자라는 ‘벼룩이울타리’라는 이름은

벼룩이가 뛰어 넘지 못한다는 함의가 있다.

 

벼룩은 작고 높이 뛰는 것의 대명사로

옛 속담에도 많이 등장하는 귀찮은 해충이다.

그런데 나물의 이름에다 하필 그 벌레의 이름을 집어넣다니

벼룩나물을 볼 때마다 그 연유가 궁금했다. 

 

 

대체로 나물은 꽃이 피기 전, 잎에 영양이 풍부하고

줄기가 부드러울 때에 먹어야 맛과 향이 좋다.

꽃이 피어야 겨우 존재감이 드러나는 벼룩나물은

이른 봄에 싹을 틔웠을 때는 벼룩이나 배불리 먹을 정도로 작다.

한참을 뜯어도 한 줌이 되지 않고, 여러 식구 먹을 죽을 쑤자면

하루 종일 뜯어도 한 솥을 채우기 어려운 이 자잘한 풀을 뜯자니,

차라리 벼룩이 간을 내 먹지 하는 자괴감이 들었을 법도 하다.

벼룩나물의 다른 이름인 ‘보리뱅이’도 보리고개를 배겨낸다는 뜻이다.

 

옛날 가난한 사람들은 나물을 요즘처럼 반찬으로 먹지 않았고,

곡식 몇 톨과 함께 나물죽을 끓여서 굶주림을 면했다.

소나 말이 먹는 풀이나 죽은 여물이라고 부른다.

나물이라는 말에서는 죽지 못해 먹는 여물 같은 풀이라는

‘내 여물’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여운처럼 남는다. 

 

같은 석죽과에 벼룩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점나도나물’이 있다.

벼룩나물에 비해 잔털이 많이 나고 덩치가 조금 크다.

그 이름의 의미는 모르겠으나 ‘나도 좀 나물로 봐 달라’는 듯하다.

벼룩나물이나 점나도나물이나 그 옛날의 곤궁한 삶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2013. 8. 25. 꽃 이야기 300.

 

 

 

 

개벼룩

Moehringia lateriflora (L.) Fenzl

 

산지에 나는 석죽과 개벼룩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15cm. 밑동에서 가지를 친다. 5~7월 개화.

꽃은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1~3 송이가 달린다.

한국(중부 이북), 북반구 온대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개벼룩이자리, 큰장구채, 홀별꽃

 

 

 

 

 

벼룩이울타리

Arenaria juncea M.Bieb.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cm 가량.

6~8월 개화. 꽃잎이 꽃받침보다 길다.

* 벼룩 이름이 붙은 식물들 중에서 가장 키가 커서

울타리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이름이다.

한국(함남, 함북),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유럽점나도나물

Cerastium glomeratum Thuill.

 

밭이나 들에 나는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전체에 잔털이 많고 선모가 있다.

4~6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 및 유라시아대륙에 분포한다.

[이명] 양점나도나물, 끈끈이점나도나물(북한명)

 

 

 

 

북선점나도나물

Cerastium rubescens var. koreanum (Nakai) Miki

 

산지에 나는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30~50cm.

전체에 털이 있고, 원줄기에 밑을 향한 2줄의 털이 밀생한다.

6~8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고려점나도나물, 지이점나도나물, 지이산점나도나물

 

 

 

 

 

 

벼룩아재비

Mitrasacme alsinoides R.Br.

 

들판의 습지에 나는 마전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15cm.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잎은 마주난다.

8~10월 개화. 한국,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벼룩풀, 실좀풀꽃, 애기벼룩아재비

 

 

 

 

 

큰벼룩아재비

Mitrasacme pygmaea R.Br.

 

들의 풀밭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5~20cm.

전체에 가는 털이 산재하고,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며 줄기 아래쪽에 밀생한다.

8~10월 개화. 한국, 중국, 인도,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실좀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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