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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나를 홀린 진득찰과 도깨비바늘

 

진득찰

Sigesbeckia glabrescens (Makino) Makino

 

들이나 길가에 나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전체에 짧은 털이 성기게 난다. 8~9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민진득찰, 진둥찰, 찐득찰, 희첨

* 털진득찰은 1m 정도까지 자라며 전체에 긴 털이 많다.

 

 

 

 

 

 

문명의 이기(利器)는 말 그대로 편리함을 주는 도구다.

이러한 편리함이 어떤 행복감으로 격상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컨대 세탁기가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 휴식을 더해주지만,

세탁기가 기쁨이나 행복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카메라만은 때때로 큰 행복감을 주곤 했다.

십여 년 전에 생일 선물로 받은 똑딱이 사용법을 익히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세상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님이 눈을 뜨게 된 기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은 분명했다.

 

그것은 작은 꽃들과 씨앗에 내재하여 있었던 우주적 질서와

기하학적 아름다움, 그리고 조물주의 창조적 예술품이었다.

그리고 미세한 구조와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동안에

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원리도 보일 듯하였다.

(위 사진은 도깨비 바늘의 거꾸로난 미늘을 확대한 것임)

 

첫 번째 연습촬영으로 도깨비바늘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도깨비바늘이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까닭이 몹시 궁금했었는데,

연습 삼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어릴 때부터 품었던 궁금증이 풀렸다.

눈으로는 그 씨앗 끝에 1mm 남짓한 서너 개의 까락만 보였었는데,

사진을 확대해보니 그 까락 마다 열 개 정도의 미세한 가시가

역방향으로 붙은 것, 즉 미늘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네 개의 까락이 섬유를 찌르고 들어가면 수십 개의 거꾸로 난

미세한 미늘이 빠지지 않도록 버티는 원리였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연습 촬영을 해본 것이 진득찰의 꽃이었다.

그 때는 그 이름도 모르고, 가까운 곳에 흔히 보이니까,

이 꾀죄죄한 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찍었다.

초점이 잘 맞은 그 꽃의 사진을 확대해보니 화려한 왕관이나

멋진 플라워 디자인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점성이 있는 액체가 영롱한 보석처럼 꽃차례를 장식하고 있어서

그것을 처음 본 감동은 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내가 그길로 서점에 가서 야생화 도감을 사고,

야생화 동호회에도 가입을 해서 알아낸 이름이 '진득찰'이었다.

어쩐지 그 영롱한 보석 같은 것이 진득진득하고 찰지더라니...

진득찰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또 한 번 나를 매료시켰다.

 

도깨비바늘과 진득찰의 씨앗이 내게 달라붙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바늘과 씨앗에 달라붙어서 어느새 십년이 흘러버렸다.

 

 

2013. 8. 18. 꽃 이야기 293.

 

 

 

 

 

 

 

도깨비바늘

Bidens bipinnata L.

 

산자락이나 들에 나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척박한 땅에 잘 자란다. 높이 25~85cm.

8~10월 개화. 두상화의 지름 6~10mm. 설상화가 있다.

어린순은 식용, 생즙은 약용한다.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이명] 좀도깨비바늘, 좀독개비바눌

 

 

 

 

울산도깨비바늘

Bidens pilosa L.

 

산이나 들의 길가, 습지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30~150cm. 8~10월 개화.

도깨비바늘에 비해 키가 큰 반면 꽃은 작다.

설상화가 없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이다.

긴털가막사리(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