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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여우구슬과 여우주머니

 

 

여우구슬

Phyllanthus urinaria L.

 

들의 풀밭이나 밭에 나는 대극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5~40cm.

전체가 붉은빛이 돌고 가지는 옆으로 비스듬히 퍼진다.

8~10월 개화. 꽃에 붉은 줄무늬가 있고 열매가 붉다.

한국(남부), 일본 등 동남아시아지역에 분포한다.

 

 

 

여우주머니

Phyllanthus ussuriensis Rupr. & Maxim.

 

황무지나 밭에 자라는 대극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5~40cm.

전체가 녹색이며 가지는 좁은 각을 이루며 갈라진다.

6~10월 개화. 꽃에 녹색 줄무늬가 있고 열매는 녹색이다.

한국(전역), 일본, 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좀여우구슬

 

 

 

 

 

 

 

여우구슬과 여우주머니라는 식물이 있다.

이 둘은 생김새와 사는 환경이 비슷해서 확실한 차이를

직접 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헷갈리는 식물들이다.

나는 '빨간 구슬, 초록 주머니’라는 키워드로 식별을 한다.

 

여우구슬은 따뜻한 지방에 살고,

꽃에 붉은 줄무늬가 있고, 열매 또한 빨간색이다.

여우주머니는 초록색의 느낌대로 냉온대 지방에 살고

꽃에 녹색 줄무늬가 있고, 열매가 녹색이다.

이 두 가지 식물은 자라는 환경조건도 비슷해서

온, 난대가 겹치는 남부지방에서는 같이 사는 곳도 더러 있다.

 

(남부 지방에는 여우주머니(녹색 열매)와 여우구슬(붉은색 열매)이 같이 자라는 곳도 있다)

 

이들의 꽃은 얼핏 하나의 작은 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개의 꽃이 되어 사람을 홀린다.

이 꽃들은 암수 딴꽃으로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수꽃은 비록 작아도 그런대로 볼 수 있는 크기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암꽃은 눈곱보다 작다.

 

여우구슬은 열매 자루가 짧아서 구슬이 줄기에 붙은 모양이고

여우주머니는 그 자루가 길어서 주머니를 달아놓은 모양이다.

이들이 서로 다른 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때는 빨갛게 보이고 어떤 때는 녹색으로 보이니까

그야말로 여우에 홀린 듯 헷갈릴 법도 하다.

 

(저녁 때 여우구슬이 잎을 접은 모습) 

 

이들의 꽃이나 열매만큼 그 잎도 만만찮은 재주를 부린다.

이 식물의 잎은 낮에는 아카시 잎처럼 하늘을 보고 있다가

저녁에는 묘하게 방향을 틀어서 땅을 보고 마주 접는다.

그것은 부처님 앞에서 팔을 벌려 합장을 한 다음

몸을 굽혀 절을 할 때의 손바닥의 움직임과 같다.

이는 낮과 밤에 전혀 다른 모습이 되는 둔갑술로,

밤의 찬이슬에 꽃과 열매를 감싸 안는 모습이다.

 

여우구슬과 여우주머니는 온갖 재주를 다 부려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여우를 닮은 식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리 번성하고 있는 풀은 아니다.

대자연에서 번성하는 식물의 강자가 되기에는

여우의 잔재주나 잔꾀로는 역부족인 듯하다.

 

 

2010. 10. 6.   꽃 이야기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