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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말채찍을 닮은 풀, 마편초

 

마편초

Verbena officinalis L.

 

바닷가나 섬의 들에 나는 마편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가 곧게 서며 네모지다.

6~11월 개화. 꽃의 지름 4mm 가량.

어린 식물은 식용, 전초는 약용한다.

한국 (남부 해안)및 북반구의 온난한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말초리풀

 

 

 

 

 

 

 

‘마편초’라는 풀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약, 아편, 대마초 같은 고약한 것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마편초(馬鞭草)는 말채찍을 닮은 풀이라는 뜻이었고,

말초리풀이라고도 하므로 이상한 약들과는 관계가 없었다.

 

나는 전라남도 완도 바닷가에서 마편초를 처음 보았다.

긴 줄기 끝에 자잘한 연보라색 꽃을 대여섯 개 달고 있는 것이

어쩐지 먼 나라에서 온 식물처럼 낯이 설었다.

그 때는 남해안에서도 꽃을 거의 볼 수 없는 11월 중순이어서

가을에 핀 꽃이 오래도 가는구나하고 대견해 하였는데,

이듬 해 6월에 목포 부근의 작은 섬에서 활짝 핀 무리를 만났다.

그렇다면 여름부터 겨울까지 반년 이상 꽃을 피우는 식물이니

참으로 놀라운 체력이 아닐 수 없다.

 

(고금도에서 11월 중순에 찍은 마편초)

 

중세 유럽에서는 사랑의 미약에 이 마편초를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마편초 줄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행동이 활발해지고 지식에 대한 욕구가 많아진다고 믿었다.

이 식물에 실제로 이런 약효가 있는지,

주술적인 믿음에서 오는 심리적인 효과인지는 몰라도

줄기차게 꽃을 피우는 이 풀의 생명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마편초의 학명 'Verbena'도 라틴어로 '신성한 올리브 가지'나

'신성한 월계수나무'를 뜻하므로 서양에서는 귀하게 여겨지는 식물 같다.

 

마편초라는 이름은 생각할수록 그럴싸한 이름이다.

말채찍의 모양을 갖추려면 꽃줄기가 길어져야 하므로

반년 동안 꽃을 피워내서 씨앗을 줄줄이 달고 있는

이 식물의 특징에 썩 어울리는 이름이다.

 

마편초에는 말초리풀이라는 우리말 이름이 있다.

말초리는 말의 회초리이니, 말채찍이나 마편과 같은 말이다.

'마편초'라는 이름을 써서 이상한 약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느니 

기왕이면 듣기에 좋고 뜻도 명확한 '말초리풀'로 불렀으면 좋겠다.

 

말초리풀은 남해안의 섬들에서 어쩌다 만나는 풀이다.

옛 유럽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사랑의 미약이 되고

아이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돌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2013. 8. 15. 꽃 이야기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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