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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나를 부끄럽게 하는 낚시돌풀

 

낚시돌풀

Hedyotis biflora var. parvifolia Hook. & Arn.

 

바닷가 바위틈에서 자라는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20cm.

많은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뭉쳐난다.

7∼8월 개화. 열매는 거꿀 달걀 모양의 납작한 공 모양이고 지름 4∼5mm.

한국(제주 및 남해안), 타이완, 중국, 인도,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갯치자풀, 낚시돌꽃

 

 

 

 

 

 

‘낚시돌풀’은 낚시의 추억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낚시를 하기 좋은 갯바위에 자라서 그리 부른다고 하면

대충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갯바위낚시를 해본 사람은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보다 감칠맛나는 이름이다.

 

‘낚시돌’은 우리 맞춤법의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낚싯돌’로 표기해야 맞고, ‘낚시돌’은 북한 맞춤법에 맞는 표현이다.

그러나 식물명은 고유명사로 간주하여 맞춤법에 상관없이

선취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먼저 쓴 이름이 절대적 지위를 갖는 듯하다.

 

사전에는 ‘낚싯돌’에 대하여 두 가지로 뜻풀이가 되어 있다.

첫째는 낚시할 때 걸터앉는 큼직한 돌(釣石)을 일컫는 말이고,

둘째는 낚싯바늘을 물속에서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추로서

주로 납으로 만들며, 흔히 봉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낚시돌풀은 이들 중에 두 번째 의미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멀리 보내려고 낚싯대를 뒤로 젖히다가

낚싯돌이나 바늘이 갯바위 틈에 끼였던 적이 가끔 있었다.

그 때는 그 바위틈새에 작은 풀들이 살고 있는지 몰랐다.

눈과 마음이 온통 바다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

낚시돌풀은 그렇게 낚싯돌이 끼이기 좋은 갯바위 틈에 자란다.

그 도톰한 잎은 보통 쓰는 낚싯돌의 크기와 모양을 썩 닮았다.

 

 

더욱이 도감에 이 낚시돌풀의 열매 모양은,

‘거꾸로 선 달걀 모양의 납작한 공 모양이고 지름은 4∼5mm’

라고 하니 표현대로라면 열매가 더욱 낚싯돌을 닮았지 싶다.

열매를 보지 못한 나는 결실 무렵에 찾아가려고 벼르고 있다.

 

갯바위 낚시꾼들은 대체로 뒷정리가 깔끔하지 못한 편이다.

함부로 버린 미끼나 음식, 빈 술병은 청소라도 할 수 있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낚싯돌에 의한 바다의 오염이다.

갯바위 낚시터 주변 바다는 끈 떨어진 낚싯돌로 인해

바닷고기의 납 중독이 크게 위험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환경에 대한 의식과 행동이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기 전에는

갯바위 낚시는 사람과 생태계에 매우 해로운 일이다. 

 

나는 낚시를 그만둔지 이십 년도 넘었지만

갯바위 틈새에 핀 귀여운 낚시돌풀을 만나면

내가 바닷속에 떨어뜨렸을 낚싯돌 생각에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2013. 7. 27. 꽃 이야기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