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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모호한 경계에 사는 갯개미자리

 

갯개미자리

Spergularia marina (L.) Griseb.

 

바닷가 갯벌이나 간척지 등에 자라는 석죽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 10~20cm. 잎은 가늘고 도톰한 솔잎처럼 생기고 길이 3cm 정도.

5~8월 개화. 꽃의 지름은 4mm 정도이며 가운데 부분이 흰색이다.

수술은 5개, 암술머리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한국,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미바늘(북한명), 나도별꽃, 바늘별꽃

 

 

 

 

 

갯개미자리는 바닷가에서 별처럼 생긴 꽃을 피운다.

분홍빛 화사한 꽃이 거무스레한 갯벌에 핀 모습을 보면

파티복을 입고 어시장에 간 귀부인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갯벌에 피는 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곱상한 꽃을 피우는

갯개미자리를 막상 찾아 나서보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풀은 키가 작아서 다른 갯벌 식물들처럼 바닷물 가까이에는 없고,

육지 쪽으로는 육상식물에게 치여서 어정쩡한 지대에 살기 때문이다.

 

바닷가에는 한 달에 대여섯 번만 물이 들어오는 묘한 땅이 있다.

밀물이 가장 높이 드는 사리 무렵에만 몇 시간씩 물에 잠기는

이런 땅은 뻘도 아니고 육지도 아닌 모호한 경계지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곳은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는

거의 매립을 해서 활용하기 때문에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 연유로 갯개미자리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남도의 외진 바닷가에서나 우연히 만나게 되는 식물이다.

나는 차를 몰고 바닷가의 풀밭을 지나가다가

예기치 못한 뻘에 빠져서 이 녀석과 첫 대면을 했다.

 

갯개미자리는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동안이나 작은 꽃을 피운다.

그리고 늦게 핀 꽃은 폐쇄화 상태에서 씨앗을 만든다.

이런 삶의 방식은 잡초가 살아가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언제 뽑혀 나가거나 갈아엎어질지 모르는 운명이므로

작은 꽃을 끝없이 피워내고 씨앗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체로 야생의 식물들은 적극적으로 종자를 퍼트리고,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험난한 삶을 사는 편이다.

갯개미자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모호한 중간지대에서만 잡초처럼 성실하게 살아간들

인간이 그 땅을 쓰게 되면 고스란히 멸종할 수밖에 없다.

그런 땅은 조금의 비용만 투자하면 쓸만한 땅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지키기만 하려고 하거나 그 자리에 머물고자 하면

언젠가 그것을 잃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에게 끝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라고 한다.

 

갯개미자리의 씨앗에는 보통 날개가 달려있지 않은데,

가끔 날개를 단 용감한 녀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먼 후일 그런 개체의 후손들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많다.

 

2013. 2. 28. 꽃이야기 180.

 

 

 

 

 

 

유럽개미자리

Spergularia rubra J.Presl & C.Presl

 

갯개미자리와 아주 비슷하다. 갯개미자리는 꽃의 가운데가

흰색인데 비해, 유럽개미자리는 전체적으로 분홍색이다.

꽃잎은 갯개미자리보다 끝이 동그스럼하여 계란모양에 가깝다.

갯개미자리의 수술은 5개, 유럽개미자리는 6~10개이다.

[이명] 분홍개미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