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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3. 7. 20. (토) 열네 번째 천지에 오르다.

이 계절에 북백두의 산문은 인산인해다.

백두산 입장료 125위안, 셔틀버스 요금 85위안, 우선 210위안(한화 약 4만원)을 내야 산문에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중간에 80위안을 더 내고 작은 버스로 갈아타야 중국쪽 정상인 천문봉에 갈 수 있다.

모두 합해서 우리 돈으로 1인당 5만 5천원이 든다.

 

일기예보는 하루 종일 비와 안개로 천지를 볼 수 없다고 나왔다.

그러나 일행 중에 천지를 보지 못한 분이 세 분이나 있어서,

일기예보가 틀려주기를 바라면서 천지를 올랐다.

나는 13번 천지를 올라서 모두 맑은 모습을 보았는데....

 

아무래도 14번째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제나 저제나 한 시간을 넘게 정상의 휴게소에서 기다리다가 가망이 없어보여 그냥 구름 속을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천지는 짙은 구름 속에 있었다.

 

누군가 이런 말을 만들어 냈다.

백두산이란... '백 번 올라 두 번 볼 수 있는 산'이라고

 

 

 

정상에서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벌떼처럼 천문봉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천문봉 정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 절벽 아래 천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빠지는 걸 봐가면서 올려보내고 있다.

천지에 오른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산을 내려와 소천지로 갔더니... 10미터 간격으로 감시원이 있었고...

연못 둘레의 80%를 출입금지 휀스를 쳐놓았다.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고... 장백폭포로 발걸음을 돌렸다.

폭포 가는 길가에서 만난 낯선 꽃

 

 

길 옆의 곰취(?)군락이 볼만했다. 아니 이것이 곤달비인지 긴잎곰취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곰취, 긴잎곰취, 곤달비는 잎을 따서 직접 비교해 보아야만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았다고 한다.

 

 

폭포 가는 데크길 아래의 앉은좁쌀풀

 

 

이거는 괜찮은 소득이다. 염주황기의 열매다.  아하..이래서 염주황기라고 부르나보다.

 

 

장백폭포 한 장 찍고 내려왔다...

우기라서 폭포가 웅장하게 쏟아진다.

사진 별로 찍지 못한 날이었다.

 

 

7월 21일 (일),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22일은 이른 아침부터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21일 예보도 좋지 않았다.

서백두에서 210위안을 내고 버스로 산에 오르니...역시 구름 속이었다.

 

 

1442계단을 오르고 내리려면 소변을 보고 가야한다. 정상에는 화장실이 없을 듯 해서..

화장실 다녀오는 길 가의 돌꽃, 노랑색은 암꽃, 붉은색이 숫꽃...사이좋게 있다.

 

 

천지는 보지 못하더라도... 오르며 내리며 꽃은 봐야지..

 

 

사람들은 구름 속을 오르고 구름 속에서 내려온다.

 

 

바위구절초가 잘 피었다.

 

 

산미나리아재비 군락, 화살곰취, 금매화, 껄껄이풀과 함께 이 네 가지 풀이 서백두의 우점종 같다.

모두 노랑색 꽃들이다.

 

 

초상권 때문에 가마타고 내려오시는 할머니 얼굴은 지웠다.

'죽기 전에 천지 한 번 보고 가렸더니... 복도 없지.....'하는 표정이었다.

 

 

화살곰취 군락

 

 

가마 한 패가 상여처럼 내려온다.

올라가는 것이 5만 원 쯤 된다던가...

 

 

 

내려올 때는 가마를 탈 필요가 없는데....중국의 젊은 부자들인가보다.

가마꾼들 수입을 올려주는 것이니 좋은 일이기는 하다. 부의 재분배...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천지에 15번째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