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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개구리자리를 처음 만났던 곳은

개구리자리

Ranunculus sceleratus L.

 

논이나 얕은 개울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30~60cm. 전체에 털이 없고, 가지를 많이 친다.

4~6월 개화. 꽃의 지름 8mm 가량. 어린잎과 줄기를 식용한다.

한국 등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유독식물이다.

[이명] 놋동이풀, 늪바구지

 

 

 

 

 

 

내가 개구리자리를 처음 보았던 곳은

지금의 신사동이나 압구정동 어디메 쯤일 것이다.

중학교 때 그곳으로 해부실습용 개구리를 잡으러 갔었다.

그때는 서울로 전학을 와서 이태원에 살고 있었다.

개구리를 잡으려고 한남동을 지나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를

걸어서 건너가니 논과 뽕나무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무렵 한창 경부고속도로를 건설 중이었고,

고속도로 진입을 위한 다리로 제3한강교가 개통된 직후였다.

다리를 건너가 보니 들판 한 가운데로 고속도로를 만들려고

빨간 깃발들을 꽂아놓은 논에 흙을 메워가고 있었다.

개구리를 잡으러 간 들판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그러면 부자들만 팔도유람 할 테니 절대 반대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 부자가 되어서 고속버스 타고 여행을 하고 싶은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서 반대하던 그 분도 고속도로를 타고 동분서주

선거유세 다니더니 삼수 끝에 대통령이 되기는 했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논둑길이 질척거리고

들판은 수렁이 되어 개구리 한 마리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잡으려 하면 물속으로 퐁당 뛰어드는 개구리 세상을

아이의 민첩성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 논가의 수로마다 가득하게 자라 노란 꽃을 피우던 풀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개구리자리였다.

개구리자리나 개구리밥같은 수생식물은 개구리의 좋은 도피처였다.

개구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잠수한 자리를 아무리 노려보아도

그 노란 꽃이 핀 개구리자리만 시침을 뚝 떼고 있었다.

확실히 그곳은 개구리가 숨은 자리인데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곳은 심야와 새벽사이를 빼고는 항상 차가 밀리는 구간이다.

그 지루한 교통체증의 시간에 나는 깜박 졸 때가 있다.

노란 개구리자리가 가득 핀 소년 시절의 들판에서...

 

2013. 7. 7. 꽃 이야기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