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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浮萍草, 개구리밥 앞에서...

 

 

개구리밥

Spirodela polyrhiza (L.) Sch.

 

논이나 연못의 물 위에 떠서 산다. 개구리밥과. 엽상체의 길이 5∼8mm,

나비 4∼6mm. 앞면은 녹색으로 광택이 있고 뒷면은 자주색이다.

꽃은 흰색으로 7∼8월에 드물게 피며, 작아서 보기 어렵다.

한국 등 전 세계의 온, 난대에 분포한다.

[이명] 머구리밥, 부평초

 

 

 

 

 

 

개구리밥은 개구리가 아니라 올챙이가 먹는 밥이다.

올챙이가 이 밥을 먹고 개구리가 되면, 올챙이시절은

까맣게 잊고 파리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개구리밥은 자잘한 잎 모양, 즉 엽상체(葉狀體)가 물에 떠 있고,

그 밑에 5∼11 개의 뿌리를 달고 있는 단순한 식물이다.

개구리밥은 엽상체에 달린 뿌리 옆에서 새로운 싹을 내어

새 엽상체가 되고 이들이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가 독립한다.

가을에는 작은 겨울눈을 만들어 물속에 가라앉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물위로 떠올라서 번식한다.

 

수온이 높고 조건이 좋으면 100일에 400만 배까지 늘어난다.

이는 대강 4~5일에 두 배로 늘어나는 번식 속도이고 쉽게 말해서

개구리밥 하나가 석 달 만에 논 한 마지기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개구리밥과 좀개구리밥이 섞여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는 것이 좀개구리밥이다.) 

 

개구리밥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피부질환에 약으로 써왔는데,

요즘은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아토피피부염에 좋다고 난리들이다.

이런 효능들이 검증이 되고 정확한 용법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애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개구리밥의 옛 이름은 부평(浮萍), 또는 부평초(浮萍草)였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물에 떠있는 풀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을 흔히 부평초에 비유한다.

'부평초 신세'라는 말은 타인이 그렇게 말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의 가여운 처지를 자조할 때 주로 쓴다.

 

어느 시대 어느 세상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어왔지만

나라가 백성을 지켜줄 힘이 없으면 부평초 같은 사람이

개구리밥이 번지는 것처럼 온 나라에 떠돌게 된다.

부평초의 삶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나 전쟁에 휘말렸을 때

일상의 삶과 가족과 마을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시작된다.

 

19세기 말부터 세계사의 탁류에 힘없이 휩쓸렸던 이 나라에서는

 20세기 전반에 수많은 백성들이 부평초의 삶으로 내몰렸다.

사람들도 개구리 닮았는지 올챙이 시절을 까맣게 잊고 있다.

역사의 아픔을 까맣게 잊고 사는 요즘 세태가 왠지 불안하다.

 

 

2013. 8. 25. 꽃 이야기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