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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물에 뜬 심장, 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Nymphoides peltata (J.G.Gmelin) Kuntze

 

물의 흐름이 느린 하천이나 연못에 나는 조름나물과의 여러해살이 물풀.

뿌리줄기는 물 밑의 진흙 속에 가로로 뻗고 줄기가 끈 모양으로

길고 굵다. 잎자루가 길고 잎은 물에 뜬다.

7~9월 개화. 한국, 일본 등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노랑어리연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찾네 (參差荇菜 左右流之)

아리따운 아가씨를 자나깨나 그리네 (窈窕淑女 寤寐求之)

구해도 얻을 수 없어 자나깨나 그 생각뿐 (求之不得 寤寐思服)

부질없는 이 마음 잠 못 이뤄 뒤척이네 (悠哉悠哉 輾轉反側)

 

2500년 전의 고전인 시경(詩經)의 첫 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시는 젊은 남자가 ‘행채(荇菜)’라는 나물을 뜯으면서도

마음속에는 아리따운 아가씨 생각뿐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자는 ‘300여 편의 시에 거짓이 없다(詩三百 思無邪)’라고 하였다.

시경에는 조정의 제례나 향연에서 연주되던 노래도 있지만

민간에서 유행되었던 가요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고대 중국의 힛트 가요 모음집인 것이다.

지금도 가곡이나 클래식보다는 유행가 가사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첫 시에 나오는 시구(詩句)들 중에도 귀에 익은 것들이 많다.

요조숙녀(窈窕淑女)는 물론이고,

오매구지(寤寐求之),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는 구절도 요즘 쓰이는

오매불망(寤寐不忘)이나 전전긍긍(戰戰兢兢)과 비슷한 뜻이다.

구직이 어려웠던 2009년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구지부득(求之不得)’,

즉 ‘구해도 구할 수 없다’는 말도 이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산 선생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는 시경에 나오는 식물 이름을 풀이한

‘시명다식(詩名多識)’이라는 책에서 ‘행채’를 '노랑어리연꽃'이라고 했다.

통상 한시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수생식물은 통칭해서 '마름'으로 번역한다.

예컨대 ‘올망졸망 노랑어리연꽃을 이리저리 찾네’ 라고 번역하면

식물학분류학적으로는 맞지만 시적인 운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랑어리연꽃은 영어로는 '물에 뜬 심장(floating heart)'이다.

물위에 어리는 그림자가 하트 모양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옛날 중국의 총각이 아리따운 아가씨를 오매불망하며 행채를 뜯던 마음은

‘물에 뜬 심장’을 하나하나 걷어 올리는 정서와 공명하고 있다.

 

노랑어리연꽃을 보면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그리고 지구 저편 수만 리의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심장과 심장이 닿는 일치를 느낀다.

 

 

2009. 12. 26.  꽃 이야기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