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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쎄빠지게 꽃을 피워내는 주름잎

 

 

 

주름잎

Mazus pumilus (Burm.f.) Steenis

 

논둑이나 밭에서 자라는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20cm. 전체에 털이 있고 밑에서 줄기가 밀생한다.

3~11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고초풀, 담배깡랭이, 담배풀, 주름잎풀

 

 

 

 

 

 

사전에는 없지만 ‘쎄빠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혀 빠진다’의 경상도식 발음으로,

아주 힘들거나 지쳐서 혓바닥이 나올 지경이라는 뜻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삶의 기반이 불안정하면

허리가 꼬부라져 평생 ‘쎄빠지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들풀 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꽃을 피우는 ‘주름잎’은

사람으로 치자면 이런 고약한 팔자를 타고 났다.

그것은 언제 뽑히고 갈아엎어질지 모르는 잡초의 숙명이다.

 

‘주름잎’이라는 이름은 잎이 쭈끌쭈글해서 붙은 이름이다.

잎도 쭈글쭈글 한데다가 꽃도 별나게 납작해서

어린 모습부터 여러 차례 밟힌 듯이 보인다.

게다가 혓바닥이 나온듯한 모양의 이 꽃을 보면서

‘쎄빠지게’ 고생하는 모습의 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쎗(혓)바닥 가운데는 벌들이 쉽게 앉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도 노란 무늬로 표시까지 해 놓았다.

그리고 입천정에 해당하는 곳에 드리워져 있는 암술머리는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새가 부리를 벌린 모양을 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든 벌이 이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주면

먹이를 받아먹듯이 부리를 오므려 소중히 갈무리한다.

이처럼 암술머리가 움직이는 일은 매우 특별한 경우이다.

 

이렇게 알뜰하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도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땅에 살아가므로

끝없이 ‘쎄빠지는’ 노동으로 종족을 보전해야 한다.

 

주름잎은 고난의 세월을 겪어온 이 땅의 백성들을 닮았다.

그렇게 밟히고 주름진 모습으로 논과 밭을 기면서도

연연세세 모진 생명을 꽃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로 높은 곳에서 화려하게 피는 꽃은 짧고 덧없지만

낮은 곳에서 보일 듯 말 듯 작게 피는 꽃은 유구하다.

기름진 사람들은 불안한 부귀영화가 찰나에 그치지만

주름진 사람들은 정직하고 값진 행복을 오래 누린다.

 

 

2011. 1. 16. 꽃 이야기 314.

 

 

 

 

 

 

 

 

 

누운주름잎

Mazus miquelii Makino

 

다소 습기가 있는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10cm.

잎은 밑에서 밀생하고, 땅을 기는 줄기로 번식한다.

3~11월 개화. 한국(전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누은주름잎, 누은담배풀, 퍼진고추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