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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지랄탄’처럼 꽃이 피는 송이풀

 

송이풀

Pedicularis resupinata L.

 

산지에 나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를 치지 않는다. 잎은 어긋나거나 마주난다.

7~9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도시락나물, 마주송이풀, 명천송이풀, 수송이풀 등.

 

 

 

 

 

송이풀이라는 꽃 이름의 유래가 참 궁금했었다.

그 이름에서 송이버섯이 우선 떠오르지만, 이 풀꽃의 모양이나

사는 곳에서 송이(松栮)와 어떤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에는

‘꽃이 줄기 끝에 속생하여 송이를 이룬다’고 나와 있다.

꽃이라는 것이 뿌리나 잎에 달리는 것도 아니고,

줄기 끝에 모여 송이를 이루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오히려 그렇지 않은 꽃을 보기가 어려우니

그 유래가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이 이름은 역설적으로 아주 특별하다.

예를 들어 내 아들 이름을 ‘이 아들’이라고 하고

딸 아이 이름은 ‘이 딸’이라고 짓는다면

지나친 보편성이 매우 희귀한 이름이 된다.

 

 

자세히 보면 송이풀의 꽃차례가 별나게 생기기는 했다.

솔방울 같은 꽃봉오리에서 작은 구두주걱 같은 꽃들이

차례로 나와서 꽃자루를 옆으로 90도 뒤틀어서 핀다.

정원을 몇 배나 초과한 버스 안에서 숨이나 제대로 쉬어보자고

상반신을 차창 밖으로 내민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꽃이다.

창밖으로 나온 상반신이 바로 설 수 없듯이

송이풀의 꽃들도 그렇게 옆으로 비틀려서 핀다.

그래서 ‘속생한다’는 의미를 이리저리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런 모습은 선풍기나 바람개비를 닮기도 했지만,

지난 한 세대의 가슴 아픈 기억인 ‘지랄탄’을 더 많이 닮았다.

‘지랄탄’은 민주화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신형최루탄에다 붙인 별명이었다.

이 최루탄은 최루개스를 옆으로 분출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팽이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지랄을 하듯이 돌아다는 통에

시위대가 집어서 도로 던지지를 못하게 고안한 괴물이었다.

 

송이풀의 꽃이 피는 모습을 이 ‘지랄탄’이 터지는

모습으로 핀다고 하는 것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그 지랄탄이 자아낸 눈물을 먹고 ‘民主花’가 피었다.

송이풀의 꽃차례와 지랄탄이 터지는 모습, 그리고 민주화 시위는

‘위에서 누르면 옆으로 속생(續生)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3. 4. 25. 꽃 이야기 241.

 

 

 

 

흰송이풀

Pedicularis resupinata f. albiflora (Nakai) W.T.Lee

 

 

송이풀과 닮았으나 흰색 꽃이 핀다.

잎이 대부분 어긋나기를 하지만 마주나는 개체도 가끔 발견된다.

학자에 따라서 이를 ‘마주송이풀’로 분류를 하기도 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마주송이풀이나 흰마주송이풀은 없다.

[이명] 흰꽃마주송이풀, 흰마주송이풀, 흰수송이풀

 

 

 

 

만주송이풀

Pedicularis mandshurica Maxim.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정도.

전체에 털이 나고 줄기가 곧게 선다. 5~6월 개화.

한국(설악산 이북),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애기송이풀

Pedicularis ishidoyana Koidz. & Ohwi

 

산지나 물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7~8cm.

전체에 잔털이 있고, 줄기가 짧으며, 가지는 없다.

4~5월 개화. 한국 특산 식물이다.

[이명] 천마송이풀(북한명)

 

 

 

 

 

구름송이풀

Pedicularis verticillata L.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15cm.

줄기가 곧게 서고 깃꼴잎이다. 7~9월 개화.

한국(제주, 경남, 함경도) 및 북반구의 한대지방에 자란다.

* 이와 비슷한 한국(제주도)특산의 한라송이풀(Pedicularis

hallaisanensis Hurus.)은 줄기에 털이 많이 난다.

[이명] 고산송이풀, 올송이풀

 

 

 

 

 

나도송이풀

Phtheirospermum japonicum (Thunb.) Kanitz

 

산이나 들의 양지에 나는 반기생 한해살이풀.

높이 30~60cm. 전체에 끈끈한 선모가 있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8~9월 개화.

한국, 일본 및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