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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꼬리, 꼬리풀

 

꼬리풀

Veronica linariifolia Pall. ex Link

 

주로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80cm 가량.

줄기는 외대, 또는 뭉쳐나고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거나 어긋나며

양 끝이 좁고 뾰족하다. 잎자루가 없고, 톱니가 있다.

7~8월 개화.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는잎꼬리풀, 자주꼬리풀

 

 

 

 

 

동물의 꼬리는 참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동물들은 꼬리로 신체적 균형과 방향감각을 잡고,

나무에 매달리거나, 파리를 쫓기도 하고, 감정표현도 한다.

그 중에 재미있는 것은 꼬리를 세워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공작의 수컷처럼 꼬리의 화려함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새들이 많다.

네발달린 짐승은 상대의 기를 죽이려고 꼬리를 빳빳이 세운다.

꼬리를 세우는 것은 덩치를 커보이게 하는 심리전이다.

 

식물 중에서도 그런 동물들을 닮은 녀석이 있다.

꼬리풀은 자신의 몸통 줄기가 별로 높지 않으므로,

꽃줄기를 한껏 세워서 곤충들의 눈에 띄게 하는 수법을 쓴다.

산에 살면서 짐승들이 하는 짓을 보고 배운 모양이다.

 

'꼬리풀'은 몸체에 비해서 훨씬 길고 풍성한 꽃차례를 만들어 

그것이 동물들의 기세등등한 꼬리처럼 보여서 얻은 이름일 것이다.

여름의 숲 속에서 키 큰 풀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지혜와 의연함은 배울만하다.

 

(박해정 님 사진)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꼬리가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수만 종의 척추동물 중에 사람과 몇몇 영장류만이 꼬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머리가 있으면 꼬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은 동물의 꼬리가 맡은 일을 대부분 머리로 가져온 듯하다.

동물의 꼬리가 하는 감정표현을 위해서 안면근육이 발달했고,

멋있게 보이거나 권위를 보여야 할 일이 생기면

머리 모양을 가꾸거나 그에 합당한 모자를 쓴다.

 

그래도 어딘가 허전한지 '꼬리 아홉 달린 여우'라던가 '꼬리를 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든가 하는 표현들을 쓰는 걸보면

말로라도 한번쯤은 꼬리를 달아보고 싶은 모양이다.

 

꼬리의 역할 중에 방향과 균형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대인들은 그들이 만든 문명세계에서 이런 감각들을 잃어가고 있다.

때로는 높은 산에 올라가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자연과 삶의 조화, 소유와 존재의 균형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멋들어지게 핀 꼬리풀을 우리가 잃어버린 꼬리라고 생각해도 좋다.

 

 

2013. 3. 18.  꽃 이야기 207.

 

 

 

 

 

 

구와꼬리풀

Veronica dahurica Steven

 

산지의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잎은 마주나며, 새깃 또는 국화잎 모양으로 갈라졌다.

'구와'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은 대개 그 잎이 국화잎을 닮았다.

7~9월 개화. 한국(전역)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새꼬리풀, 난퇴꼬리풀, 털구와꼬리풀

* 이 밖에도 20여 종의 꼬리풀이 있으며 주로 잎 모양이 다르다.

 

 

 

 

 

 

냉초

Veronicastrum sibiricum (L.) Pennell

 

산지의 습한 곳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00cm.

털이 있고, 꼬리풀 종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잎이 3~8 장씩

돌려나기를 하는 점이다.

7~8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하고,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제주도 제외),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민냉초, 숨위나물, 시베리아냉초, 털냉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