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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초상 산작약

 

산작약

Paeonia obovata Maxim.

 

산지 그늘진 숲속에 자라는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50∼8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깃꼴 겹잎이다.

5∼6월 개화. 꽃의 직경은 5cm 정도. 수술은 많고 노란색이다.

유독식물로 화초나 약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지방, 헤이룽강, 우수리강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민산작약, 산함박꽃, 적작약

 

 

 

 

 

산작약을 보면 옛날의 새댁들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 하얀 웨딩드레스가 들어오기 전, 우리의 어머니들은

빨간 치마에 녹색 저고리를 입고 연지곤지를 찍고 혼례를 올렸다.

산작약은 새댁의 연지처럼 바알갛고 동그란 꽃을 피운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이 거의 없는 옷을 입었었는데,

대부분 흰색과 삼베의 색이었고 아니면 검정색이었다.

이런 시대에 새댁이 입었던 붉은 치마에 녹색 저고리는

여인의 일생 동안 단 한 차례 입었던 화려한 옷이었다.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새댁이 시집을 오면

한 사흘을 부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혼인잔치에 온 하객들이 구경하라는 마네킹이었고

일가친지들이 오면 큰 절을 올리기 위한 대기 모드였다.

그리고 한 열흘 동안은 빨간 치마에 녹색 저고리를 입은 채로

시집 식구의 숨막힐 듯한 눈길을 받으며 집안일을 시작한다.

 

새댁의 옷은 화려했으나 그것은 수의(囚衣)나 다름이 없었다.

시집가는 여자들은 부덕(婦德)이라는 족쇄를 차고 갔다.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봉사 삼 년의 족쇄였다.

시집살이란 말 많고 탈 많은 것이니 할 말이 있어도 말하지 말고,

들어도 들은 척 말고, 보아도 못 본 척 삼 년을 지내라는 말이다.

 

 

산작약은 그 빨간 꽃과 잎의 초록색도 새댁을 닮았지만

입이 있어도 열지 못하는 새댁처럼 꽃잎을 연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산삼보다 만나기 어렵다는 꽃을 천신만고해서 몇 번이나 찾아갔는데

꽃을 열지 않고 있으니 이 꽃과 인연이 없음을 한탄하곤 했었다.

 

한 번은 속을 들여다보려고 살포시 꽃잎을 젖혀보았다.

그 꽃잎은 아무런 탄력도 생명감도 없이 무기력하게 젖혀졌다.

이미 꽃이 수명을 다해서 꽃술이 시들고 꽃잎도 상해있었다.

산작약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않은 봉오리의 모습으로

홀연히 잎을 뚝뚝 떨어뜨리고 사라져가는 꽃이다.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 오래된 상처가 도지는 듯,

시집살이 삼 년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으로 삼년을 살다가

그만 숨이 막혀 생명의 불꽃마저 꺼진 것일까...

기억할 수조차 없는 어머니의 초상은

내겐 끝내 봉오리인 채로 사라진 산작약이다.

 

 

2013. 6. 29. 꽃 이야기 258.

 

 

 

 

 

 

 

백작약

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

 

깊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50cm.

뿌리는 굵고 육질이며 밑부분이 비늘 같은 잎으로 싸여 있다.

6월 개화. 꽃의 지름 4∼5cm. 꽃잎은 5~6 장이고, 씨방이 매끈하다.

뿌리를 진통제나 부인병에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씨방에 털이 빽빽하게 나는 것은 참작약이라 하며 매우 드물다.

[이명] 산작약

 

 

 

호작약

Paeonia lactiflora f. pilosella Nakai

 

깊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cm 정도.

5~6월 개화. 꽃의 지름 5~6cm. 꽃잎은 8장 이상이다.

씨방이 매끈하며, 잎의 뒷면 맥 위에 털이 난다.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함북),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백작약, 청진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