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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기생꽃이 들려준 이야기

 

참기생꽃

Trientalis europaea L.

 

높은 산에 나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25cm.

짧은 줄기 끝에 5~10장의 잎이 돌려나기모양으로 나온다.

6~7월 개화.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려서 한 송이씩 달린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기생꽃, 기생초, 참꽃, 큰기생초

 

 

 

 

 

기생꽃을 보려고 높고 가파른 설악의 산줄기를 오르면서

'필시 보통 기생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이나 태백산에 사는 기생꽃은 국명이 ‘참기생꽃’이며

기생꽃은 참기생꽃보다 소형이고 습지에 산다고 한다.

 

과연 희고 얇은 꽃잎에 가녀린 꽃대가 절세가인의 현신이었고,

그 옛날 지조 높은 기생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도 하였다.  

 

 

"내 비록 천한 기생으로 태어났으나

단심은 설악 같고 지조는 태백보다 높았소.

내 죽거든 구름 위에 솟은 험한 산에 묻어

범부필부들일랑은 얼씬 못하게 해주시오.

 

내 죽어 한 송이 흰 꽃으로 태어나

푸른 하늘만 우러러 살리다.

아침이슬로 목욕하고 산안개로 분 바르고

하늘같이 높고 고운 서방님만 그리리다."

 

기생꽃은 식물체가 작고 꽃이 예쁘다는 것을 기생에 비유한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2005) 

설악의 참기생꽃은 제 이름의 내력을 내게 자분자분 들려주었다.

 

"조선조 말에 기생사회에서 가체(가발)가 크게 유행을 했고

여염집 여인들에게도 널리 번져나가게 되었답니다.

급기야 머리장식을 하는데 그 비용이 칠팔만 냥에 달하게 되었고,

어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들어서는데 예를 갖춘다고 급히 일어서다가

가체의 무게 때문에 목뼈가 부러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답니다.

 

 

영조 임금님은 가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가체금지령을 내리고

남정네들에게 한껏 교태를 부려야하는 기생들의 가체는 허용했지요.

그래도 수십 년 동안 여인들의 가체 사치가 근절되지 않자

정조 임금님은 즉위 12년에 기생들의 가체도 금지하셨답니다.

지엄하신 왕명도 30년 동안이나 여인들의 사치를 막지 못한 셈이지요.

 

조선말에는 풍성한 가체가 곧 기생 신분의 상징이 되었고,

그 가체가 기생의 요염과 교태를 부리는 장식이기도 했지요.

어떤 아이는 가체를 빼딱하게 얹어서 더욱 선정적으로 보이게 했답니다.

제 모습을 한 번 보아주세요.

가녀린 꽃대에 얹힌 하얀 꽃에서 가체를 한 기생의 교태가 보이지 않나요?』

 

 

2013. 3. 16. 꽃 이야기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