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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작은 거인, 좀딱취

 

좀딱취

Ainsliaea apiculata Sch.Bip.

 

숲 속에 나는 국화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8~30cm.

바다가 가까운 지대에 나며, 잎은 줄기 밑 부분에 뭉쳐난다.

10~11월 개화. 꽃의 길이는 9mm 가량. 폐쇄화가 많다.

한국(남부 해안 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좀땅취, 털괴발딱지, 털괴발딱취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거나 대미를 장식한다는 표현이 있다.

야생화를 찾아다니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나에게는

모든 꽃들이 사라지는 때가 한 해의 대미가 되고 만다.

 

해마다 11월 초 쯤 좀딱취가 피면 이런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 꽃 이후에는 다섯 달 정도 꽃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좀딱취는 그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아주 작은 꽃이지만

수천 가지 꽃잔치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이다.

 

이 꽃이 피는 늦가을의 날씨는 봄 날씨와도 비슷해서

엉뚱하게도 철 이른 봄꽃들이 피기도 한다.

계절을 잠시 착각한 개나리나 진달래 같은 꽃나무나

제비꽃, 민들레, 광대나물 같은 봄꽃들이 피기도 한다.

이 꽃들은 다음 해 봄꽃들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여름과 가을의 꽃은 봄꽃들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키가 크다.

키 크기 경쟁을 해서 볕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좀딱취는 낙엽이 지고 키 큰 풀들이 시들어

숲에도 볕이 드는 이른 봄과 같은 환경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을꽃이지만 봄꽃처럼 자그맣게 피어도 되는 특권을 누린다.

 

좀딱취의 꽃은 아주 특별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 꽃은 얼핏 보면 하나의 작은 꽃송이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깔때기 모양을 한 세 개의 작은 꽃들이

하나의 꽃 모양으로 정교하게 짜 맞추고 있다.

 

꽃들의 세계에서는 국화과의 식물들이 가장 번성하고 있다.

국화과의 식물들이 꽃 세상을 지배하게 되기까지는

좀딱취가 그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은 꽃 여러 개를 합쳐서 꽃다운 꽃 하나를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좀딱취는 작은 꽃이지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작을수록 뭉쳐라.

그러면 세상을 지배하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고....

 

 

2009. 10. 25.에 쓴 글을 2013. 2. 28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181.

 

 

 

 

 

 

단풍취

Ainsliaea acerifolia Sch.Bip.

 

산지 숲속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단풍잎 모양의 잎 4 장이 줄기 중간에 돌려난다.

7~9월 개화. 좀딱취의 꽃처럼 3개의 꽃이 뭉쳐서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괴발딱지, 괴발땅취, 장이나물, 좀단풍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