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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내가 만난 제일 작은 풀꽃, 영주풀

 

 

영주풀

Andruris japonica (Makino) Giesen

 

아직 과, 속, 종 등의 분류학적 자리매김이 되지 않은 풀이다.

삼나무 숲 낙엽지대에 자라는 길이 2~4cm 정도의 부생식물로서,

전체적으로 엷은 자주색을 띄고 투명한 비늘모양의 작은 잎을

가지고 있으며 한 개체에 암꽃, 수꽃이 따로 핀다.

 

 

 

 

 

 

 

영주풀은 아직 국가생물표준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다.

이 풀에 대하여 알려진 사실은 2008년 3월 연합통신의

제주지방 기자가 게재한 기사가 거의 전부이다.

 

『제주도에 세계적 희귀식물인 가칭 '영주풀'이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서귀포 지역의 식물애호가 2명이 지난해 8월 남원읍 신례리에서

발견한 식물을 제주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 의뢰해 식물분류학적인 관찰과

정보검색 등을 통해 폭넓게 조사한 결과 일본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로, 일본에서는 절멸위기종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 식물은 아직까지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기록종이어서

우리나라 이름을 가칭 '영주풀'로 명명했다.』 (하략)

 

내가 이 풀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던 때문이었다.

제주도의 깊은 숲에만 나는 식물인 버어먼초를 만나러 갔는데,

몇몇 사람들이 땅바닥에 찰싹 붙어서 뭔가를 찍고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영주풀'을 찍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었지만, 눈을 비비고 나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정심님 사진)

 

통신사에서 제공한 기사에는 길이 10cm 라고 나와 있었지만,

내 눈으로 간신히 볼 수 있었던 몇몇 개체들은 2cm 미만이었다.

줄기는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꽃은 거기에 붙은 작은 비듬조각 정도였다.

게다가 색깔마저 낙엽색과 비슷한 반투명한 자주색이라서,

이 식물을 손가락으로 짚어 줘도 눈으로 잡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풀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식물이 암꽃 수꽃이 따로 있다고 하니

필시 중매쟁이가 있을 텐데 그 녀석은 또 어떤 존재일까?

이 식물의 족보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조건에서 번식하는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궁금증을 풀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얻은 것은 제주에 영주(瀛州)라는 옛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다.

제주는 주호국, 섭라, 탐라, 탁라 등 수십 가지의 옛 이름이 있고,

'영주'는 역사적으로 별로 쓰인 적이 없었던 이름이다.

비록 가칭이지만 이 풀 이름을 '영주풀'이라고 지어놓으니

이 귀엽고 예쁜 풀에 썩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영주풀'을 찾으러 갈 때는 밝은 랜턴, 큰 확대경,

그리고 눈이 아주 좋은 사람을 꼭 모시고 갈 작정이다.

 

 

2013. 2. 13. 꽃이야기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