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두더지의 순애보 눈색이꽃

 

복수초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양지바른 산지나 계곡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15cm. 꽃이 진 후 30cm까지 자란다.

2~4월 개화. 5월에 결실 후에는 말라서 지상에서 사라진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복풀, 눈색이꽃, 얼음새꽃, 땅꽃

 

 

 

 

 

 

 

‘눈색이꽃’은 한겨울에 눈을 삭이면서 핀다는 꽃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얼음사이에서 핀다고 ‘얼음새꽃’이라고도 하고

땅에서 꽃부터 내민다고 ‘땅꽃’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그런데 이 꽃의 국명이 복수초라니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 이 꽃을 새해에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선물로 쓴다니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에서는 아무래도 일본 냄새가 난다.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는 익숙한 말이 있어서, '壽福草'라고 부르면 모를까,

국명에서 뭐라고 정했거나 말거나 나는 '눈색이꽃'이라고 부른다.

 

다른 이른 봄꽃들처럼, 눈색이꽃도 숲이 무성해지거나

경쟁하는 풀들이 나오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자면 영하의 추위와 몇 번의 봄눈을 견뎌내야 한다.

이 꽃은 수액에 글리세롤이라는 부동액 성분이 있어서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도 거뜬하게 이겨낼 뿐만 아니라,

눈이 내리면 스스로 열을 내서 주변의 눈을 녹인다.

 

 

옛날 하늘나라에 크노멘이라는 아주 예쁜 공주가 있었는데,

왕은 여러 신들 중에서 제일 충성스러우며 부지런할뿐더러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두더지신에게 공주를 시집보내려고 했다.

공주가 두더지신은 너무 못생겼다며 도망을 쳐버리자

하느님은 노여워서 공주를 노란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꽃 주변에 눈이 빨리 녹는 까닭은 두더지신이 눈을 쓸면서

공주의 마음이 돌아서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색이꽃은 햇볕이 나면 오목거울 모양으로 꽃잎을 펼친 다음

잎 표면의 광택으로 햇볕을 반사시켜 꽃의 중심인 암술머리에 열을 모은다.

그리고 이 오목거울은 항상 태양을 향하도록 스스로 움직인다.

그렇게 모은 열이 주변 공기보다 암술 온도를 6도나 높게 해서

곤충을 불러 모으고 꽃가루관과 종자를 성숙시킨다고 한다.

 

눈색이꽃은 나뭇잎이 무성해져 숲에 햇볕이 들지 않으면

잎까지 완전히 사라져서 지상에서 볼 수가 없게 된다.

공주가 꽃이 되어서는 드디어 두더지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2월부터 5월까지만 땅 위에 나와서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여덟 달 가까이는 땅 속에서 두더지하고 사는 모양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꿈을 현실 세계로 끌고 내려와서,

가능할 때마다 그 꿈을 넓혀간다면’ 눈 위에 꽃을 피우는 일이나

두더지가 공주와 결혼하는 기적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7. 3월.  꽃이야기 113

 

 

 

 

가지복수초

Adonis ramosa Franch.

 

복수초에 비해 꽃이 훨씬 크고 줄기에 가지를 쳐서  

꽃이 여러 송이가 핀다.

복수초는 꽃받침이 꽃잎보다 넓으나 가지복수초는

꽃잎보다 좁다.

2~4월 개화.

주로 우리나라 중남부의 해안지방과 저지대에 자생한다.

 

* 가지복수초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으며

‘개복수초’의 오동정이라는 견해가 많으나,

이곳에서는 국가표준식물목록의 명칭을 따랐다.

 

 

 

세복수초

Adonis multiflora Nishikawa & Koki Ito

 

복수초와 닮았으나 꽃줄기가 가지를 치며, 꽃의 수가 많다.

작은 잎이 매우 가늘어서 세복수초라고 한다.

2~3월 개화. 한국(제주도), 일본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