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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중들의 신통력을 보여주는 중의무릇

 

중의무릇

Gagea lutea (L.) KerGawl.

 

산이나 들의 반그늘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20cm. 땅속에 지름 1~1.5cm 정도 되는

알 모양의 비늘줄기가 있다. 4~5월 개화.

비늘줄기를 약용한다. 한국, 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중무릇, 조선중무릇, 참중의무릇, 애기물구지 등

 

 

 

 

 

사내아이 둘이서 입씨름을 하고 있다.

"너네 아빠 목사라면서?"

"야 ! 목사가 뭐냐 ? 목사님이지."

"목사가 목사지, 왜 목사님이라고 해야 돼?"

 " 그럼, 스님은 '스'냐? "

두 아이의 말이 다 일리가 있다.

국어사전에 '목사'란 말은 있어도 '목사님'이라는 말은 없다.

그 반대로 '스님'이라는 낱말은 있지만 '스'라는 말은 없다.

스님을 낮추어 부르는 말은 ‘중’이다.

 

'중의무릇'이란 이름의 유래는 별로 알려진 이야기가 없다.

‘무릇’이란 ‘물기가 많은 땅 위’라는 뜻의 ‘물웃’에서 유래된 말로서,

분홍색 꽃이 피는 무릇이라는 식물 이름이기도 하고,

파, 마늘 같은 백합과의 구근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뜻도 있다.

불가에서는 파, 마늘, 부추처럼 양기를 돋우는 채소를 먹지 않으므로

‘중의무릇’이란 절에서 먹어도 되는 무릇이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이 식물을 얼핏 보면 잎에서 줄기가 나와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인다.

보통 식물은 줄기에서 잎이 나오는데, 중의무릇은 잎이 줄기를 싸고 있다가

중간쯤에서 슬며시 꽃줄기가 나온 듯한 특이한 형상이다.

 

 

이 식물을 영어로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라고 한다.

그 별은 동방박사들을 거룩한 분이 탄생한 곳으로 인도한 별이 아닌가.

서양 사람들은 이 식물에서 동정녀가 낳은 아기를 떠올린 모양이다. 

 

이 풀을 보고 있자니 슬며시 불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중이 되어 세월이 흐르면 '대사'나 '큰스님'이 되는 분이 있고,

어떤 이는 '땡초'나 '똘중'의 호칭을 얻기도 하는 것은

대중이 불경스러운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업보일 것이다.

 

내 고향에는 옛날 대사님이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에

잎이 나고 수백 년 동안 살아서 고목이 되었다는 나무가 있다.

대사님이나 큰스님들은 이런 놀라운 신통력을 행하시는 분들이다.

어릴 때, 아이를 못 가진 여자가 절에 가서 백일기도 끝에

신통하게도 아이가 생겼다는 소문을 가끔 들었다.

대사님들이 이러한 일에 관여하시지 않은 것 같고

중들은 이 정도의 신통력 정도는 쉽게 행하는 듯하다.

 

느닷없이 잎에서 튀어나온 듯한 꽃줄기에서

중들의 신통력이 느껴지는 꽃이 '중의 무릇'이다.

 

 

2012. 11. 20.   꽃이야기 99.

 

 

 

 

 

애기중의무릇

Gagea hiensis Pascher

 

산이나 들의 물 가까운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땅속 비늘줄기의 지름 1cm 내외.(약용)

4~5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중무릇, 작은애기물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