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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삼지구엽초 이야기

 

 

삼지구엽초

Epimedium koreanum Nakai

 

산자락의 약간 그늘진 곳에 나는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5월 개화. 한방에서 강장, 강정, 이뇨제로 쓰인다.

한국(지리산 및 중부 이북),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음양각, 음양곽(淫羊藿)

 

 

 

 

 

 

삼지구엽초는 멸종위기종(2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풀이다.

三枝九葉은 세 개의 가지에 아홉 개의 잎이 달린다는 뜻이다.

이처럼 가지와 잎의 수를 일정하게 내는 신기한 식물이라서

선조들이 이 풀을 더욱 영험하게 여겨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삼지구엽초는 옛날 중국의 어떤 양치기가 

하루에 백번을 교미하는 숫양이 있어 따라가 보았더니, 

이 잎을 먹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음양곽(淫羊藿)이라고도 한다.

 

 

여러 해를 별러서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이 풀을 찾았다.  

세 가지에 아홉 잎을 단 모양도 신기했지만 닻을 닮은 꽃 또한 기이했다.

연노랑색의 꽃은 네 개의 뿔 모양을 한 꿀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꽃잎이 얇아서 뿔끝마다 꿀이 고여 있는 것이 비쳤다.

잠시 보고 있노라니 긴 주둥이를 가진 벌이 와서 그 꿀을 빨고,

작은 개미들은 그 꿀샘까지 들락거리고 있었다.

 

마침 동네 어르신들이 그 부근에서 새참을 하고 있어서,

이 동네 분들은 몸에 좋다는 이 풀을 먹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분들은 그런 거 안 먹어도 자식만 잘 낳고 건강하게 살아왔다며,

옛날에는 앉은자리에서 잠깐 뜯어도 한 짐이 될 만큼 흔했다고 했다.

그 때는 약초꾼들이 이 풀을 단으로 묶어서 산에서 굴려 내린 다음

한나절만 말리면 바로 벤 것의 세 배는 지고 갔다고 했다.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거나 돈이 될 만하면

그렇게 번성하던 한 종(種)이 멸종되다시피 하니,

사람이 이렇게도 모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구엽초는 염소나 먹고 벌과 개미가 꿀을 얻어가서

그들의 자손이 크게 번성하도록 버려둘 일이다.

사람은 진실로 애써 찾고 가꾸어야할 가치가 따로 있지 않은가?

‘그런 거 안 먹어도 자식 잘 낳고, 건강하게 살아....’하는

촌로의 말에서 편안하게 살아온 삶이 느껴졌다.

 

 

2012. 6. 7. 꽃이야기 63.